금융위, 통합감독 모범규준 마련
‘순환출자·내부 거래’ 통합 감시개선조치 권고… 동반부실 차단
삼성생명 수조원 추가 확충해야
7월부터… 업계 “수위 높다” 불만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이 삼성, 한화, 현대차 등 대기업이 보유한 금융그룹들이 상호·순환출자 구조가 심각한 경우 자본확충이나 내부거래 축소 등을 권고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계열사 지분을 청산해야 해 재벌계 금융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또한 26조원 정도의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는 삼성생명은 이를 매각하거나 수 조원의 자본을 추가로 확충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감독 대상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으로 삼성, 한화, 현대차, DB, 롯데 등 5개 재벌계 금융그룹과 교보생명, 미래에셋 등 2개 금융그룹의 97개 계열 금융사가 포함된다.
금융위는 모범규준에서 위험 관리실태가 취약한 금융그룹에 위험관리 개선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위험 관리실태나 자본 적정성 등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1단계 조치로 경영개선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경영개선계획에는 자본 확충 및 위험자산 축소, 내부거래 축소 등이 담겨야 한다. 경영개선계획이 이행되지 않으면 금융위는 2단계 조치로 다른 업종의 계열사와 맺고 있는 상호·순환·교차 출자 등을 청산하라고 권고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금융그룹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금융그룹은 금감원으로부터 그룹 위험 현황 등을 평가받고 그 결과 관련 위험의 축소, 필요자본 조정 등 위험관리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됐다. 금융사가 일정 규모 이상을 비금융계열사에 출자하면 필요자본을 가산하거나 지분을 아예 매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산정 방식 등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은 ‘개별 비금융사 출자분 중 은행 또는 보험사 자기자본의 15% 초과분’과 ‘전체 비금융사 출자분 중 은행 또는 보험사 자기자본의 60% 초과분’ 중 큰 금액을 전액 필요자본에 가산한다는 예시를 들었다. 이를 적용하면 31조원의 자기자본과 26조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는 삼성생명은 수조원의 자본을 추가 확충하거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업계 자율로 정해지는 모범규준 치고는 수위가 너무 높다. 웬만한 법규보다 처벌이 무겁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금융그룹 관계자는 “윽박지르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8-04-04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