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깜깜이 기부’ 없앤다…문턱은 더 높아질수도

재계 ‘깜깜이 기부’ 없앤다…문턱은 더 높아질수도

입력 2017-02-24 15:09
수정 2017-02-2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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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그룹이 외부에 기부금을 낼 때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기준을 대폭 낮추기로 해 그 영향이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4일 이사회에서 10억원이 넘는 기부금이나 후원금, 출연금을 낼 때는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자기자본의 0.5%(약 6천80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이사회에서 집행 여부를 결정했던 기존 기준에 비하면 대폭 강화된 것이다. 이는 삼성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SK그룹 역시 10억원 이상 기부금을 낼 때 이사회 의결을 의무화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대변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사외이사가 포함된 이사회가 후원금 등의 사용 목적을 꼼꼼하게 따져보게 되면 정권과 정치인 등 외부의 무리한 요구는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과거 거액을 내면서도 정식 절차를 밟지 않았던 미르·K 스포츠재단과 같은 사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각 기업은 미르·K 스포츠재단에 거액을 내고서도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기업 내에서조차 어떤 과정을 거쳐 돈이 들어갔는지 아는 이는 많지 않았고, 재단으로부터 사업 방향 공유나 보고도 받지 못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사회공헌 활동에 있어서도 한국 정서상 기업들이 인맥, 친분, 정을 사업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앞으로 정치권의 요구를 음성적으로 지원하거나 편법 활용하는 사례는 대폭 줄어 결국 기업의 신뢰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으로는 기업의 기부금 출연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결국 사회공헌 규모가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취지가 불분명한 후원을 가려내겠다는 시도가 일반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후원이나 각종 사회공헌활동에 대해서도 보수적으로 집행할 것이라는 우려다.

삼성전자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가 후원금 집행 내역을 점검하기로 했다. 사내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법무, 재무, 인사, 커뮤니케이션 부서의 팀장이 참여하는 심의회의를 열어 1천만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을 심사한다.

한 해 매출이 200조에 이르는 삼성전자에 10억원이 그리 큰 액수는 아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통 큰 기부’를 실천해왔던 삼성전자에 새 기준을 적용할 경우 심사 분량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지금도 기업들은 일반 NGO에 후원할 때 사업 취지와 목록 등을 아직도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기업 내부 기준이 까다로워지면 사회공헌활동(CSR) 담당자가 이사회 승인을 받기 위해 스스로 보수적으로 집행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서는 10억원이 작을 수 있지만 일반 시민 시각에서는 상당히 큰 규모”라며 “사회공헌사업의 취지를 살펴 모두가 공감하는 보편적인 방향으로 집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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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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