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공식’ 외워라…재계 벼락치기 공부 중

‘김영란법 공식’ 외워라…재계 벼락치기 공부 중

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입력 2016-07-20 22:44
수정 2016-07-2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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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70여일 앞둬 위반 시나리오·매뉴얼 정비

‘수수액 x >100만원 또는 ∑x >300만원→3년 이하 징역’, ‘x <100만원 또는 ∑x <300만원→2x < 과태료 y <5x’.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 임원협의회를 대상으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20일 오전 7시 30분에 실시한 ‘부정청탁금지법과 기업의 대응전략’ 설명회에서 이처럼 복잡한 수식이 제시됐다. 말로 풀면 한번에 100만원, 연간 합계 300만원 초과 금품을 주고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한번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았더라도 수수액의 2~5배 수준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일(9월 28일)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계가 ‘열공’(열심히 공부) 중이다. 기업별 사내 법무팀은 김영란법 위반 시나리오를 만들고, 경조사비·외부 자문료 등에 관한 매뉴얼을 정비해 공유하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 간부에게 김영란법 세부 적용 범위 강의를 청한 데 이어, 이날 김앤장의 정교화 변호사를 초청해 설명회를 열었다. 김앤장을 비롯한 로펌들은 김영란법 관련 서비스를 발굴하며 때아닌 특수를 맞이했다.

설명회나 로펌 자문을 받은 뒤 김영란법 대응 체계를 처음부터 다시 짜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 법이 단순히 접대를 금지하는 수준을 넘어서 회사 내 업무 분장을 바꿀 정도의 파급력을 지니고 있어서다. 예컨대 김영란법에서 규정하는 ‘언론’이란 정기간행물사업자를 뜻해 기업들이 발간하는 사보·웹진도 이 범주에 많이 포함된다. 즉 홍보실 소속 사보 제작 직원도 언론사 기자들처럼 3만원 이상 식사, 5만원 이상 선물, 10만원 이상 경조사비를 제공받지 못하는 제재 대상이 된다. 한 광고회사 직원은 “여론 형성 기능이 없어 김영란법 예외 대상이 되는 정보간행물로 사외보 내용과 형식을 전환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면서 “김영란법 제정 뒤 화훼산업·축산업 위축이 우려됐는데 이러다 사외보를 인쇄하는 출판업계도 위축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별 설명회가 이어지면서 김영란법에 걸렸을 때 낼 과태료 수준을 가늠, 행동 기준을 정하는 ‘죄수의 딜레마’ 식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설명회에선 지방자치단체 건축 허가 심의위원 A에게 건설사 임원 B는 70만원짜리 양주를, 직원 C는 30만원짜리 상품권을, 다른 직원 D는 30만원어치 식사를 제공할 경우 A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B는 140만~350만원의 과태료를, C와 D는 60만~1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고 강의한다. 단, 안 걸리면 벌금도 과태료도 없다.

열공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이 과도한 접대·비리 관행을 잠재울지 기업들은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그래도 김영란법 직후 ‘접대 절벽’이 올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인터넷 기업 부장은 “공공기관 직원, 언론인, 교사와 그들의 가족까지 적용받는 데다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과 무관하게 금품수수만으로 처벌받는 법이기 때문에 검찰이 작심하면 기업이 방어할 수단이 거의 없다”면서 “무조건 첫 번째 적발 대상만 되지 말자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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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6-07-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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