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고용지원 대상서 빼도 왜 꿈쩍 않나
정부가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형 3사를 제외시키는 초강수를 뒀지만 ‘빅3’ 노동조합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협력업체 직원과 달리 조선 3사 노조원은 정규직이라는 확실한 ‘우산’을 쓰고 있어서다. 희망퇴직을 통해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퇴직금에 위로금까지 두둑히 챙겨갈 수 있다. 반면 협력사 직원들은 정부의 고용 지원책이 오히려 해고 유인책이 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그간 운영자금이 없어 4대 보험료, 세금을 못 냈던 협력사들은 정부의 이번 발표로 숨통이 트인 것은 사실이다. 반면 대형 조선 3사는 아직 문을 닫을 만한 위기는 아니다. 특별고용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들 노조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당장 이달부터 시행되는 고정 연장근로 폐지에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평일 퇴근 시간이 오후 6시에서 5시로 앞당겨지면 시간 외 수당을 그만큼 못 받게 된다. 이는 퇴직금에도 영향을 준다. 퇴사 직전 3개월 평균 급여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특별고용지원 대상 제외보다 노조를 더 압박하는 수단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이달부터 직원들 급여를 반납한다. 다만 임금 ‘삭감’이 아니라 ‘반납’이라는 점에서 퇴직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협력업체 직원들은 “정부의 특별 실업 대책이 해고를 유발시킬 수 있다”면서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대우조선만 해도 오는 9월 대량 해고설이 나돈다. 채수항 대우조선 협력사협의회 사무국장은 “9월 중순 해양플랜트 ‘인펙스’가 인도되면 4000명 이상의 협력사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6-07-02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