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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은 말도 만들어내는 금융위 보도자료

하지 않은 말도 만들어내는 금융위 보도자료

입력 2016-05-01 16:26
업데이트 2016-05-0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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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에 나선 금융위원회가 대(對) 언론 홍보를 위해 위원장이 각 언론사 경제부장들에게 배경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열었으나 위원장이 하지 않은 말을 한 것처럼 언론에 자료를 배포하고, 이를 언론매체가 받아서 써도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29일 프레스센터에서 각 언론사 경제부장 20명 가량을 불러 현재 기업 구조조정의 진행과정과 배경, 향후 방향 등에 대해 두 시간 가량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미처 참석하지 못한 언론사를 위해 간담회 하루 뒤에 발언 내용을 정리해서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이 보도자료에는 “□ 또한, 중앙은행이 국가적 위험요인 해소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한국판 양적완화를 추진”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 중에 ‘중앙은행이 국가적 위험요인 해소’..‘적극적 역할’...‘한국판 양적완화’라는 부분은 굵은 글씨로 표기해서 강조해 놓았다.

이 자료를 보면 최근 한국판 양적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한국은행에 대해 금융위원장이 나라가 어려운 시기를 맞아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한 것처럼 읽힌다.

실제로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은 일부 매체들은 이 부분을 주요 내용으로 뽑아 간담회 기사를 썼다. 제목에 임 위원장의 발언으로 “중앙은행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다는 식이다.

하지만 임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위원장은 다만 한국판 양적완화가 새누리당에 의해 처음 제기됐던 당시를 이야기하면서 양적완화의 본질과 성격에 대해 설명했을 뿐이다.

녹취한 부분을 풀어보면 “..한국형 양적완화의 본질은 무엇일까, 본질은 무엇이냐 하면 중앙은행이 우리 경제의 가장 아킬레스건인 부채문제에 대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중앙(한국은행을 의미)이 나서 달라는 것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나서 달라고 새누리당에서 얘기를 했느냐 하면 산업은행의 산금채를 사 들여서 유동성을 산업은행에 공급을 하고...”였다.

즉 ‘국가적 위기상황’이라는 말은 두 시간 내내 참석자 누구의 입에서도 나온 적이 없고, 맥락을 따져봐도 양적완화에 중앙은행이 적극 나서라고 위원장이 촉구한 것도 아니다. 위원장은 다만 “한국판 양적완화에 중앙은행이 나서라는 차원의 양적완화라면 이를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금융위가 한국은행이 나서는 개념의 양적완화를 지지한다는 것하고 위기상황에서 한은이 적극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과는 뉘앙스가 많이 다르다. 특히 평소의 견해와 직접적인 발언은 비교할 수 없다.

금융위는 임 위원장이 하지 않은 말이 왜 보도자료에 들어갔느냐는 질의에 대해 “해당 부서에서 그렇게 해석해서 자료에 넣었다”면서 “위원장이 평소에 그런 견해를 갖고 있고, 이 보도자료도 배포한다고 위원장에게 컨펌을 받았기 상관없다”고 말했다.

위원장이 두 시간 발언 내용을 정리한 자료를 모두 꼼꼼히 읽어보고 컨펌을 한 것인지 의심스럽고, 읽어보고도 컨펌을 했다면, 간담회 때 한 위원장의 발언도 모두 신뢰도에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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