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계 경험 없는 교수·공무원 사외이사 못한다

금융·회계 경험 없는 교수·공무원 사외이사 못한다

입력 2014-11-21 00:00
수정 2014-11-21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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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지배구조 모범 규준’ 발표

“특정 전문직이나 직업군이 (금융회사) 사외이사에 과도하게 쏠리면서 ‘자기 권력화’되는 경향이 있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면서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분들도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0일 금융발전심의회 모두 발언에서 작심한 듯 금융회사 사외이사에 대해 일갈을 날렸다. ‘마지막 경고’에 버티기로 일관하던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이날 오후 늦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동반 사퇴를 불러온 극심한 내분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해 이들도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금융위는 이날 사외이사 문제에 초점을 맞춰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 규준’을 발표했다. 우선 사외이사의 진입 문턱을 높였다. 이를 위해 ‘금융, 경영, 회계 등의 분야 경험과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자격 조건을 달았다. 주로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리스크 관리·보상 등)마다 금융사 현장 경험이 있는 인물을 한 사람 이상 배치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현 사외이사의 50% 이상은 학계 출신이다. 결국 금융권을 포함해 여러 직군, 직종의 전문가들로 사외이사진을 짜라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같은 학교, 동일 직군 쏠림 현상이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기도 은행의 경우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제2금융권은 현행 3년 그대로다. 1, 2금융권 모두 최대 5년까지 할 수 있다. 2개사 이상 사외이사 겸직도 금지된다. 지금까지는 상법상 기업 2곳까지 겸직할 수 있어 금융사 2곳에서 사외이사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감시와 평가도 강화된다. 금융위는 사외이사에 대해 매년 자체 평가를 하고 2년마다 별도의 외부기관 평가를 받도록 금융회사에 권고했다. 금융회사는 매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사외이사의 선임 사유, 활동 내역, 개인별 보수, 평가 결과도 소상히 밝혀야 한다.

이 밖에 자회사인 은행 등에 대한 금융지주사의 역할과 책임도 커진다. 지주사가 자회사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둬 그룹의 보상정책이나 체계 등을 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최고경영자(CEO) 공백으로부터 오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CEO 퇴임과 사고 등 부재에 대비한 경영승계 계획도 이사회 상시 업무에 넣기로 했다. 이 모범 규준은 전체 465개 금융사 가운데 직전 연도 말 회계기준 자산 2조원 이상인 118곳에 적용된다. 금융위는 업계 의견 수렴 뒤 최종안을 확정해 다음달 10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사외이사에 대한 금융 당국의 영향력만 강화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또 다른 관치라는 것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연임 요건 등 모범 규준 내용 자체가 모호하고 자의적인 소지가 많다”면서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영역만 늘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은행권 과장은 “지주사 산하 자회사임원후보추천위라는 것이 결국 자회사 CEO의 경영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각종 공시 내용을 강화하는 것도 지원 부서의 업무량만 높이다 끝날 공산이 크다”고 평가절하했다.

한편 이경재 의장은 이날 “21일 윤종규 신임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직과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른 사외이사들의 연쇄 사임은 물론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에 청신호가 켜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사외이사의 사퇴 거부에 ‘분노한’ 금융위가 정례 회의에 LIG손해보험 인수 안건을 올리지 않아 인수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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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4-11-2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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