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전셋값 3월 0.53%↑ 전세가율 68.1%… 12년 만에 최고
정부의 전·월세 대책에도 전셋값 상승세가 좀체 꺾이지 않고 있다. 세입자들은 오른 전셋값을 대느라 은행에 손을 벌리고 있다. 전셋값 상승과 전세 빚 증가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국민은행이 6일 내놓은 ‘3월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평균 68.1%다. 전국의 전세가율이 68%를 넘은 것은 2002년 6월(68.2%) 이후 약 12년 만에 처음이다. 전세가율이 높다는 것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전국의 전세가격은 지난달에 전월 대비 평균 0.53% 올랐다. 전월(0.48%)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는 0.85%나 올랐다.
반면, 매매가격은 3월에 전국 기준 0.28% 오르는 데 그쳤다. 매매가도 올랐지만 전셋값 오름세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매매가와 전세가의 격차가 더 좁아진 것이다.
이는 전세대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외환·농협 등 주요 7개 은행과 국민주택기금이 취급한 전세대출 잔액은 올 3월 말 현재 28조 7000억원이다. 지난 연말에 비해 석 달 새 1조 5000억원(5.7%) 늘었다. 이들 은행의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0.7%)의 8배다. 전세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4.8%에서 2분기 3.6%, 3분기 3.4%로 둔화세를 보였으나 4분기(4.7%)부터 다시 커지기 시작해 점차 그 폭을 더욱 키워가는 양상이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계속 빚을 내다 보니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세입자도 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전세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0.56%에서 3분기 0.74%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63%에서 0.56%로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깡통전세’의 위험도 여전하다. 경매정보회사 지지옥션은 지난해 아파트 경매 중 낙찰가가 청구액보다 낮아 전세보증금을 다 주지 못할 수 있는 물건이 매월 207건(약 21%)씩 나왔다고 밝혔다. 깡통전세가 늘게 되면 세입자나 집주인 모두 신용불량자 전락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셋값 오름세가 갑자기 꺾이게 되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역(逆) 전세난’도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종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가격 지표의 비판적 해석과 주택시장에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집값 수준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잔여소득, 인구 집중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서울 집값은 홍콩, 런던, 샌프란시스코, 도쿄 등 주요 국제도시보다 비싼 편”이라면서 “국민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려면 민간 및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더 늘리고 가계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적 고민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2014-04-07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