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한국형 IB,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 안 된다

[경제 블로그] 한국형 IB,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 안 된다

입력 2013-11-01 00:00
수정 2013-11-0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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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대형 투자은행(IB)의 탄생이요? 글쎄요, 설령 가능하더라도 시간이 꽤 걸리지 않을까요.”

증권업계 사람들을 만나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IB가 한국에도 나올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두 달 만인 지난 30일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5개 대형 증권사를 ‘종합 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했습니다. 그동안 업체들은 종합 금융투자사업자 지정을 손꼽아 기다려왔습니다. 심각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증권사들에 새로운 활로의 돌파구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합 사업자 지정을 통해 IB가 되면 해당 증권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집니다. 기업 신용공여(대출) 업무와 전담 중개업무(프라임 브로커리지) 등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번에 종합 사업자로 지정된 한 업체의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금융 업무는 외국계 IB나 회계법인이 도맡아 했는데 앞으로는 우리도 할 수 있게 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대형 IB의 육성으로 포화상태에 있는 증권사들의 과밀 현상도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증권사는 62개에 이릅니다.

그러나 한국형 IB가 뿌리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이번에 지정된 5개 업체의 자기자본은 올 6월 말 현재 KDB대우증권 3조 9500억원, 삼성증권 3조 2800억원, 우리투자증권 3조 4600억원, 한국투자증권 3조 400억원, 현대증권 3조 200억원으로 엇비슷합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이나 보험과 달리 뚜렷한 ‘원톱’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 시장을 이끌어 나가지 못하고 그들끼리 밥그릇 싸움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증권사들이 선진 영업 능력을 갖췄는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최근 동양그룹 사태에서 보듯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 정황이 드러나면서 증권사들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내려앉은 상태입니다.

결국 성공적인 IB의 탄생을 위해서는 외형적인 요건만 갖출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직원 교육과 자기만의 상품 등 기존 영업 방식을 개혁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3-11-0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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