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상품 稅혜택 급증…고소득층만 좋은일 시키나

저축상품 稅혜택 급증…고소득층만 좋은일 시키나

입력 2013-10-29 00:00
업데이트 2013-10-29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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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축상품 관련 조세지출액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서민층의 저축 여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정부의 저축 장려책이 고소득층의 세(稅)테크만 돕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정부의 ‘2012년 조세지출예산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저축상품에 대한 조세지출액은 2010년 2조1천479억원에서 2011년 2조3천489억원, 2012년 2조5천12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연간 전체 조세지출액에서 저축상품 관련 조세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16%, 7.67%, 7.85%로 높아졌다.

조세지출액에서 비과세·감면 저축의 비중이 미국 2.55%(2010년), 일본 0.163%(2010년), 영국 0.65%(2012~2013년), 프랑스 2.15%(2012년)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정부는 금융상품 만기 때 가계가 내야 하는 이자·배당소득세를 인하·면제해주거나, 금융상품에 저축하는 돈을 소득공제로 인정해주고 있다.

주택청약저축, 장기주택마련저축 등으로 주택의 취득을 장려하거나 세금우대종합저축, 재형저축 등으로 중산층 이하의 저축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노인·장애인 등의 생계형 저축 ▲장기주택마련 저축 ▲장기주식형 저축 등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로 1조8천31억원을 지원, 저축관련 조세지출액의 71.8%를 지출했다.

또 세금우대종합저축의 저율 분리과세로 2천746억원(10.93%), 조합 출자금 등 각종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로 2천638억원(10.5%), 주택청약저축 소득공제로 1천206억원(4.8%), 연금저축 소득공제로 310억원(1.2%), 장기주식형저축 소득공제로 189억원(0.8%)을 지원했다.

문제는 경기부진과 양극화로 저소득층이 자꾸 저축을 줄이는 가운데 저축상품 관련 비과세 혜택을 고소득층만 향유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소득 5분위별 저축 현황’을 보면, 소득 하위 20%의 저축금액은 총자산의 11.0%를 차지했다. 2010년의 9.7%보다 1.3%포인트 늘어난 데 그쳤다.

이와 달리 지난해 소득 상위 20%의 저축금액은 총자산의 20.3%를 차지해 2010년(16.6%)에 견줘 3.7%포인트 확대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김재진 선임연구위원은 “저축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과 달리 고소득층에서 저축을 더 한다는 뜻”이라며 “중산층 이상에게 저축상품에 대한 비과세·감면 혜택이 많이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상품 설계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가입요건에 ‘저소득’을 요건으로 하는 저축상품은 2013년부터 도입된 재형저축이 유일하다.

예컨대 노인·장애인 등의 생계형 저축은 저소득층이 수혜자가 되리라는 예상과 달리 소득요건이 없다. 60세 이상, 장애인, 독립유공자 등 요건 하나만 충족하면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밖에 장기주식형저축, 장기회사채형저축, 세금우대종합통장 등도 별도의 가입자 요건이 없어 가입자 소득이나 재산이 많고 적음에 무관하게 조세 지원을 받는다.

김 연구위원은 “이젠 가계부채가 너무 많고 사회보험 등 의무적인 비소비지출이 정착된 상태다. 개발연대에 했듯이 비과세·감면 혜택을 제공한다고 저축이 많이 늘어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저축상품의 비과세·감면 목적이 서민층 지원이라면, 고소득층에게 지나친 혜택이 가는 일부 상품을 정비해 저소득층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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