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바른 “안전벨트·탈출 슬라이드·저속 경보장치 결함”
국내 대형 법률회사가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사고와 관련, 항공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의 제작결함을 주장하면서 다음 달 미국에서 보잉을 상대로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법률회사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아시아나기 사고 피해자들과 상담하고 있으며 사건 수임을 확정하면 다음 달 중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서 보잉을 주 타깃으로 소송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승객이 아시아나항공 사고와 관련해 보잉이나 미 연방정부를 상대로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아직 없다.
하 변호사는 “사고 항공기인 B777 기종의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에는 3점식 어깨 벨트가 있지만, 일반석에는 2점식 복부 벨트만 있어 일반석 승객들이 척추와 머리 등을 다쳤다”면서 “이미 미국 자동차 제조물책임소송에서 2점식 벨트는 결함 있다고 판결 났고 그 결과 10여년 전부터 자동차 모든 좌석에 3점식 벨트로 교체된 점에 비춰 보잉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 변호사는 이어 기체 바깥쪽으로 터져야 할 탈출 슬라이드가 안쪽에서 터져 근처의 객실 승무원이 다친 것을 들며 기체결함이라고 말했다. 사고기의 슬라이드 8개 가운데 제대로 작동한 것은 2개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비행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을 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조종사들에게 음성으로 경고하는 장치를 장착하지 않은 것도 향후 소송에서 결함이라고 주장할 예정이다. 스톨(항공기 추진력 완전 상실)을 경고하는 스틱셰이커가 4초 전에 작동했지만 사고를 막는데 부족했다는 것이다.
자동속도설정 기능(오토스로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바른은 보잉 외에 샌프란시스코공항을 관리하는 미국 연방정부를 상대로도 담당 관제사의 과실을 문제 삼아 소송을 낼 계획이다. 조종사들이 사고 7초 전까지 관제사들로부터 아무런 경고를 받지 못한 것은 관제사의 과실이라는 주장이다.
미국 재판에서 승소하면 한국에서 항공사를 상대로 소송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금액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제작결함 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아 한국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소송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몬트리올협약에 따라 대부분의 한국인 승객은 항공사를 대상으로는 한국에서만 소송을 낼 수 있다.
법무법인 동인 등 다른 여러 법률회사는 국내 소송에 무게를 두고 피해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거나 전화로 상담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통해 피해자 소수와 보상합의를 했으며 소송에도 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