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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 무상보육’으로 선별지원안 3개월만에 폐기

’보편 무상보육’으로 선별지원안 3개월만에 폐기

입력 2013-01-01 00:00
업데이트 2013-01-0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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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부담·획일지원 따른 보육수요 왜곡·비효율성 등 논란

1일 국회에서 당초 정부안보다 약 7천억원 늘어난 보육·양육 예산이 확정됨에 따라 오는 3월부터 소득 등 계층에 상관없이 만 0~5세 아이를 둔 모든 가정이 보육비나 양육보조금(양육비) 가운데 하나를 지원받을 전망이다.

이는 ‘소득 하위 70% 대상, 수요에 따라 종일반·반(半)일반 선별 지원’ 등을 뼈대로 지난해 9월 정부가 내놓은 올해 보육정책 개편안을 3개월만에 뒤집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부담과 보육 정책의 효율성 등의 측면에서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선별지원안’ 3개월만에 국회가 ‘보편 지원’으로 되돌려 = 우선 이날 국회에서 여야가 증액 처리한 보육·양육 예산안은 전 계층 양육보조금 및 보육비 지원을 가정한 것이다. 구체적 실행 방식은 차후 결정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만 0~2세 아이를 둔 가정의 경우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면 무조건 정부가 ‘종일반’ 기준 보육비를 전액 지원한다. 예를 들어 전체 보육비가 75만5천원으로 설정된 만 0세 아이를 보육기관에 보내면 39만4천원은 부모에게, 36만1천원은 시설에 돌아가는 식이다.

더구나 올해는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는 모든 가정에도 ▲0세 20만원 ▲1세 15만원 ▲2세 20만원씩 양육 보조금이 주어질 전망이다. 작년의 경우 차상위계층(소득하위 약 15%)과 장애아동 가정, 일부 농어촌지역의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만0~2세에게만 보육비가 지급된 것과 비교해 지원이 크게 늘어나는 셈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 9월 발표한 ‘2013년도 보육체계 개편안’을 통해 현금으로 양육보조금을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모든 계층(소득 하위 70%)에 주고, 보육시설을 이용할 경우 양육보조금을 뺀만큼만 보육비을 지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소득 상위 30%를 무상보육 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울러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실제 수요를 조사해 맞벌이, 장애인 등 가정 양육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에는 보육시설을 종일(오전 7시반~오후 7시반)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아이사랑카드)를 주는 반면 전업주부 등 상대적으로 시설보육 수요가 적은 가정에는 반일(오전 7시반~오후 2시 또는 3시)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반일반 바우처 지원액은 종일반의 60% 정도로, 사실상 선별 지원을 계획한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개편 방안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예산 부담, 지원 효율성 제고, 만0~2세 중심의 불필요한 보육시설 수요 증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지난해 급작스럽게 시행된 무상보육 정책 때문에 하반기 들어 이미 예산 부족으로 ‘포기’를 선언한 지자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보편적 전면 무상보육을 계속 고집하기가 어려웠다. 9월 개편안 발표 당시 정부는 소득에 관계없이 양육보조금을 모두 지급하려면 약 7천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종일·반일반 구분 지원도 실제 조사 결과 맞벌이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정이 오전에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를 오후 3~4시면 찾아가는 현실에서 모든 가정에 똑같은 종일반 보육비를 지원하는 것이 한정된 예산을 고려할 때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전문가 “예산 한정된 상황에서 보육 예산만 크게 늘려도 되나” = 그러나 이번에 국회에서 여야가 예산 심의과정에서 밀어붙인 올해 보육 정책은 결과적으로 이같은 애초 정부의 고민을 대부분 무시한 것이다.

당장 관련 보육·양육 예산이 당초 정부 제출안보다 7천억원이상 늘었는데, 이 증액을 위해 다른 복지 부문 예산이 비슷한 규모로 삭감됐다. ‘매칭(예산 분담)’ 원칙에 따라 중앙정부 예산이 늘어난만큼 지자체의 보육 예산 부담도 커졌고, 지자체의 반발을 우려한 교부금, 특별지원 등 지자체를 지원하기 위한 여러가지 형태의 중앙정부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해졌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물론 국가가 다 지원하면 좋은 일이지만,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보육 예산만 늘리는 일이 적절한지 생각해봐야한다”고 지적했다.

보육비만 지원하던 작년과 달리 만0~2세 모든 가정에 양육비를 지급함에 따라 부모가 양육과 보육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지만, 이 부분 역시 10만~20만원 수준인 양육비와 총액 기준으로 40만~70만원에 이르는 보육비 지원액 차이를 고려할 때 불필요한 보육시설 수요를 기대만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육비는 부모 입장에서 현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 서비스 지원으로서 인식되기 때문에 만 0~2세 가정 상당 수는 10만~20만원을 받게 되면 굳이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 부연구위원은 “만 0-2세의 경우 기본적으로 부모가 집에서 돌보는 게 긍정적”이라며 “지금 만 0~2세까지 대부분 아이들을 다 보육시설에 보내고 있지만, 사실은 진짜 보육이 필요한 직장 엄마가 더 시설을 이용하게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만 3~5세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더라도 10만원씩 양육보조금을 주는 방안에 대해서도 “일부 저소득층 가정이 당장 현금으로 받는 양육보조금 때문에 아이를 시설에 보내지 않아 계층별 ‘교육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괄적 12시간 ‘종일반’ 지원도 보육 프로그램 보완 등이 반드시 병행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이삼식 보건사회연구원 실장은 “만3~4세 아이의 경우 사실 단순한 돌봄이 문제가 아니라 보육 프로그램이 중요한만큼 꼭 맞벌이가 아니더라도 종일반에 보내도 무리가 없을만큼 충실한 프로그램을 갖춰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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