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 담합…트레이더는 무관한가

CD금리 담합…트레이더는 무관한가

입력 2012-07-25 00:00
업데이트 2012-07-2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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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각 금융기관 트레이더들의 포지션이 담합의 동기가 됐을지 관심이다.

포지션이란 주식이나 선물거래에서, 개별투자자 재산의 현재 형태를 뜻한다. 크게 채무를 지닌 상태인 매도(숏)포지션과 매수(롱)포지션으로 나뉜다.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준 리보 금리 조작 사건의 배후로는 파생상품 트레이더들이 지목되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소속 금융기관의 포지션에 유리하게끔 금리조작을 부추겼다.

◇ CD금리 파생상품 계약잔액 95%는 은행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CD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이자율 관련 파생상품 계약 잔액은 4천458조원이다.

이는 이자율 선도, 이자율 스왑, 이자율 옵션을 모두 합한 액수다.

이 중 은행이 보유한 계약잔액은 전체의 94.6%인 4천219조원, 증권사는 5.3%인 236조원, 보험사는 0.01%인 7천190억원, 신탁회사는 0.04%인 1조8천30억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금융기관별 롱ㆍ숏 포지션에 관계없이 계약잔액을 기준으로 모두 더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생상품 보유잔액 뿐 아니라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따졌을 때도 은행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올 들어 1~3월 CD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자율 관련 파생상품 거래금액은 558조원이다.

이 중 은행이 89.7%인 501조원을 차지해 거래금액이 가장 많았고, 증권사가 10.2%인 57조원, 보험사는 0.05%인 3천130억원, 신탁회사는 0.05%인 2천7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 트레이더 리보 조작에 적극 관여

리보 금리 조작 사건 배후에는 대형은행에 소속된 리보 파생상품 트레이더가 있었다.

은행 자금으로 채권, 주식, 선물, 옵션 등을 사고 파는 트레이더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리보가 결정되는 과정의 맹점을 파고들었다.

국제 금융시장의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리보는 영국은행연합회(BBA)가 20개 시중은행에서 은행간 차입금리를 보고받고서, 이 중 최고와 최저 금리 4개를 뺀 나머지를 평균해 산출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BBA에 당일 금리를 제출하는 은행 직원이 특별한 의도를 갖고 실제와 다른 수치를 허위 보고해 불거졌다.

금리 제출을 담당한 직원은 같은 은행 트레이더로부터 수시로 부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리보 등락에 베팅한 트레이더가 수익이 나는 방향으로 금리를 올리거나 내려서 보고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영국 금융당국은 바클레이즈 은행의 파생상품 담당 트레이더 14명이 250여차례에 걸쳐 메신저 채팅이나 이메일로 금리를 조작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을 적발했다.

지난달 말 바클레이즈 은행은 금리조작 혐의로 미국과 영국의 금융당국으로부터 5천200억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 외에도 UBS, 씨티그룹 등 대형 은행의 전·현직 트레이더가 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CD금리 담합했어도 이익 취하기 어려웠을 것”

채권분석가들은 대표적인 CD금리 파생상품 시장인 원화 이자율 스와프(IRS) 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이 CD금리의 등락을 미리 알 수 있었다면, 이론적으로는 유리한 포지션을 정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CD유통시장이 위축되면서 CD금리가 극도로 경직돼 기준금리보다 덜 움직였기 때문에 담합이 의심될 정도의 비정상적인 쏠림은 포착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담합을 했다 하더라도 이를 통해 현실적으로 이익을 취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들은 말했다.

이자율 스와프란 두 거래상대방이 일정한 원금에 대한 고정금리 이자와 변동금리이자를 서로 교환하는 계약이다. 원화 이자율 스와프 시장의 경우 대체로 CD금리를 변동금리로 이용한다.

스와프 시장에서 ‘페이 포지션’은 고정금리를 주고 변동금리를 받는 롱 포지션을 말하며, ‘리시브 포지션’은 변동금리를 주고 고정금리를 받는 숏 포지션을 말한다.

신영증권 홍정혜 연구원은 “이론적으로는 CD금리가 오르내리는 것을 알 수 있다면, 유리한 포지션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에도 담합조사 여파로 CD금리가 내려갈 것을 미리 알고 IRS 리시브 포지션을 잡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CD금리가 움직이지 않을 때는 페이포지션이 유리했을 테지만, 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에서 페이포지션은 손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화 이자율 스와프시장은 규모가 작고, 채권을 많이 보유한 증권사 등이 헤지를 위해 이용하기 때문에, 여기서 투자이익을 얻으려고 담합을 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최동철 연구원은 “최근 상황을 파악해 봤는데, 페이나 리시브 포지션을 잡아 이번 CD금리 하락으로 이익을 본 세력은 없었던 것으로 으로 안다”면서 “금리가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면 이익을 취하는 구조는 만들 수 있지만, 현실에서 이익을 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박혁수 채권전략팀장은 “CD금리는 2009년 이후 CD유통시장이 위축되면서 시장금리 보다는 기준금리에 따라 움직였다”면서 “오히려 기준금리보다 덜 움직였으며 비정상적 흐름을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작년 8월 이후 약 11개월간 CD금리의 변동폭은 0.37%포인트에 그쳤으며, 올해 4월9일~7월11일까지 3개월간은 3.54%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았을 정도로 경직돼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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