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관리시장 열어 산업체 긴급감축..예비력 확보

겨울철 전력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이 다시 중지되면서 전력당국과 시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12일 오전 4시 24분께 월성 원전 1호기의 발전이 올들어 처음으로 정지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원전이 잦은 고장으로 멈춰서는 바람에 불안감이 증폭됐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날 “원자력출력 100%, 터빈출력 694MWe로 정상 운전되다가 원자로 냉각재 펌프 4대 중 1대의 쓰러스트(축방향) 베어링에 고(高)온도 신호가 들어오면서 원자로 가동이 자동으로 멈췄다”고 밝혔다.

한수원의 이런 초기 설명 이후 지식경제부는 현장 확인 결과 원자로 가동을 정지시킬만큼 온도가 올라가지 않았으나 온도감지장치가 오작동하면서 그런 결과가 초래됐다고 확인했다.

원자로 냉각재 펌프는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기 위해 물을 순환시키는 장치이다. 이 물을 순환시키려면 베어링이 회전해야 하는데, 회전하면서 열이 발생하고 그것이 일정 온도 이상이 되면 원자로 가동이 자동 정지된다고 한다.

월성 원전 1호기는 67만9천㎾ 발전용량으로 지난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로써 단순한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심각한 설비 이상이 발견된 울진 4호기(발전용량 100만㎾), 지난 2일부터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신고리 1호기(100만㎾)까지 합쳐 모두 3기가 발전을 멈춘 상태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할 수 있는 원전은 이들 3기를 포함하면 모두 21기이다.

울진 4호기와 신고리 1호기는 각각 4월 23일과 2월 16일께나 발전이 재개된다.

전력당국이 전력피크를 가장 크게 염려하는 시기인 1월 중순을 발전용량 267만9천㎾ 없이 지내야 할 상황에 몰렸다.

한수원은 그러나 자세한 정지 원인을 정밀하게 조사한 뒤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처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발전을 재개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원전은 중수로로서 일단 가동 정지되면 독(毒)물질이 생기고 이것이 제거되려면 사고시점 기준으로 최단 40시간은 지나야 하므로 발전 재개 시기도 그 이후가 된다고 지경부 관계자가 설명했다.

따라서 가장 빨라야 13일 밤늦게 발전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와 전력당국은 이날 전력수급에 비상을 걸고 수요관리를 통해 가능한 한 예비력을 500만㎾ 이상 유지할 계획이다.

사전 계약을 맺은 대규모 산업체의 긴급감축을 위한 수요관리시장 개설로 이날 하루 최대 110만㎾ 용량을 확보하고 절전 규제로 최대 300만㎾ 예비력을 추가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KCC 등 500개 업체가 이달 두번째와 세번째주에 20% 이상 절전 중이다. 평시에는 5%만 감축하고 이 기간 다른 업체에 비해 절전 비율을 높인 것이다.

또 GS칼텍스 등 비상발전기 보유업체들은 비상발전기 가동을 확대하고 주물업체들은 순번 휴무에 나서고 있다고 지경부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