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변협 대변인 불편한 진실에 ‘막말’

<기자수첩> 변협 대변인 불편한 진실에 ‘막말’

입력 2011-09-05 00:00
업데이트 2011-09-0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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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만 사외이사 하나. 이사회 의안 다 뒤져봤느냐고요.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우리가 왜 그것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지 모르겠네. 공식적인 입장 없는 것으로 합시다”

정준길 대한변호사협회 수석 대변인이 최근 기자와 통화했을 때 한 반말 투의 발언이다.

대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둔 로펌 소속 변호사가 사외이사를 맡으면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협회의 의견을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가 이런 대답을 들었다.

통화 직후 정 대변인은 문자메시지까지 보냈다. “사외이사 명단을 기사에 게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기사 내용과 관련해 법적인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신중하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언론과 접촉할 때 변협의 창구 기능을 하는 대변인이 대기업의 거수기로 전락한 사외이사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기자의 취재 협조 요청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아는 변협 대변인이 변호사들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상법 시행령 제13조 제5항은 상장사와 자문계약을 체결한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의 해당 회사 사외이사 선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상당수 변호사가 이 법을 위반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부분에 대한 변협 의견을 물었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두 달 전 변호사들의 밥그릇 챙기기 논란이 된 ‘준법지원인제’를 보도했을 때 변협이 보여준 모습과 180도 달라진 태도다.

당시 변협 측이 “우리 쪽 얘기를 들어달라. 변협회장 인터뷰를 하자”고 제안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 행태였다.

상장사의 사외이사 명단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을 통해 공개된 자료다. 그러나 10여 년간 검사로 근무했고 대형 로펌 변호사로도 활동했다는 변협 수석대변인이 해당 명단의 언론 게재가 ‘법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압박을 가했다.

더욱이 대기업과 로펌의 잠재적인 이해 상충 문제가 많은데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한 태도까지 보였다.

한국공인회계사협회나 경영컨설팅 업체는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윤리규정을 밝혔다. 변협이 업계 이익만 대변하는 집단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으려면 외부의 따끔한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정 수석 대변인은 업계의 불편한 진실을 취재하려는 기자에게 발끈 화를 내고 겁을 줄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변호사법 제1조 1항을 다시 한번 공부하길 바란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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