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돌 전경련] (상) 무용론에 위상 흔들

[창립 50돌 전경련] (상) 무용론에 위상 흔들

입력 2011-08-12 00:00
수정 2011-08-1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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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급변·다원화로 역할 크게 퇴색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회비만 1년에 10억원 넘게 내고 있지만 우리를 위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그 돈을 광고비로 쓰는 게 훨씬 낫다는 말까지 내부에서 나옵니다.”(국내 10대 그룹 임원)

“전경련의 실체는 대한민국에서 돈 많고 힘센 사람들이 단합한 단체입니다. 해체되는 게 바람직합니다.”(유종일 KDI 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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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창립된 전경련이 이달 16일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고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의 주도로 설립된 순수 민간종합경제단체로 ‘재계의 본산’, ‘재계의 맏형’으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경련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재계 곳곳에서 들린다. 다원화되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전경련이 과연 필요하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은 고사하고 스스로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전경련이 사회 전체의 공정성과 경제 전체의 발전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변화 못 따라가고… 역할도 축소

11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오는 10월 초에 50주년 공식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병철 전 회장 등 13명의 경제인이 설립한 ‘한국경제협의회’를 전신으로 활동을 시작한 전경련은 경제 성장기에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며 산업 발전을 이끌어왔다.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고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등 재계의 거물들이 전경련을 손수 주도한 것도 이때였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주요 기업 오너 회장이 전경련 수장을 맡기를 꺼리면서 무기력증을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초 12년 만에 10대 그룹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취임했지만 사정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전경련은 ‘지천명’(知天命)을 코앞에 둔 최근에는 주요 그룹들에 ‘유력 정치인을 나눠 맡아 로비해 달라.’는 문건을 돌렸다가 되레 궁지에 몰리고 있다.

전경련의 위기는 정경유착으로 대표되던 우리 사회의 병폐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와 맞물리고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전경련의 가장 중요한 일은 재계의 이해를 한데 모아 정치권에 전달하고 이를 관철시키는 것이었다. 당시가 정치권력 우위의 시대였던 만큼, 반대로 전경련이 재계를 대표해야 할 역할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전경련이 1980년 신군부 집권 뒤 산업합리화 조치와 문민정부 시절 이동통신사업자 자율 선정, 전직 대통령 비자금 스캔들에 따른 재계 자정 결의, 국민의정부 출범 직후 빅딜 협상 등 국내 산업계와 사회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결정의 주역이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경련이 개입할 만한 일들이 많이 사라지면서 역할 역시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은 총수들이 검찰 수사 등을 받으면서 정경유착의 폐습에서 벗어나려는 분위기”라면서 “국내 산업에 대한 정치권의 간섭 강도가 약해지는 데다 글로벌화에 따라 기업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덜 보게 되면서 자연스레 전경련의 존재 가치가 희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 전체의 공정성 제고 위해 노력해야

다원화된 재계의 욕구를 한데 모으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전경련의 위상 약화 요인으로 손꼽힌다. 2000년대 들어 대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이해관계 역시 다양화·다변화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찬반 입장이 엇갈렸던 복수노조 문제 등과 같이 전경련이 재계 공통의 이해를 위해 입장을 정하는 것도, 이를 위해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글로벌화가 더 많이 진행될수록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주영, 김우중 등 재계를 대표할 수 있는 카리스마 있는 회장이 나타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 결과 전경련이 최근 정병철 상근 부회장-이승철 전무 등 내부 인사들의 전횡에 휘둘리는 구조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는 숨 가쁘게 변해왔는데 기존의 관점에 머물러 있는 인사들이 전경련을 시대에 역행하게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경련이 사회와 단절된 채 일부 대기업의 이해만 추구하는 이익단체로 전락했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통상 전경련 회장이 바뀌면 상근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이 교체돼야 하지만 허 회장 취임 이후에도 정병철-이승철 등 ‘양철’은 권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재계와 전경련이 아닌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움직이면서 전경련의 위상 약화로 연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태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경련이 대기업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공정성 제고와 우리 경제 전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면 최근의 위상 약화에도 불구하고 존재 가치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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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걸·김승훈기자 douzirl@seoul.co.kr
2011-08-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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