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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의 역습

빚의 역습

입력 2010-07-26 00:00
업데이트 2010-07-2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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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책→소비→물가상승 은행 기다린듯 금리인상

빚의 역습이 시작됐다. 17개월 동안 지속된 기준금리 2%의 저금리 시대가 마감되면서 그동안 쌓인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연말까지 3% 안팎까지의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고 공공요금 인상과 유가 상승 등 물가 상승의 압력들도 거세다. 상대적으로 재정 기반이 취약한 서민과 자영업자, 중산층, 중소기업 등이 더욱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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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171개 중소기업이 법인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2분기보다도 17개(11%)가 많다. 2008년 같은 기간의 73개와 비교하면 115.1%가 늘었다.

최근 들어 금융기관에 이자마저 못 내는 중소기업이 늘면서 채무 유예와 경영권 유지가 가능한 회생절차 신청이 늘었다는 것이 대법원의 해석이다. A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10억원대 빚을 못 막아 회생을 신청하는 곳이 급격히 늘었다.”면서 “향후 금리가 더 오른다고 볼 때 회생신청 기업은 더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등 금융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대출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 9일 기준금리 인상 이후 보름 만에 신용대출은 0.12% 포인트, 주택담보대출(CD연동)은 0.17% 포인트나 올랐다. 가계 대출의 가장 큰 부담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조만간 부동산 가격 하락과 맞물려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개인들의 파산도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중산층도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유동성 경색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임모(33)씨는 2년 전 6억원짜리 집을 사기 위해 2억 3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과 추가 대출 5000만원을 받은 후 월 실소득이 500만원이 넘는데도 지난 5월부터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다. 그는 “집값이 5억원으로 떨어져 팔 생각도 못한다.”면서 “원리금 250만원 갚고 차량 할부에 보험료, 아이들 교육비 등 고정비용을 제하면 저금은커녕 한 달 50만원씩은 적자”라고 말했다.

노원구 김모(40)씨는 300만원 미만의 월수입에 대학생과 고등학생 아이들의 교육비만 월평균 200만원이 든다. 지난해 주위의 소비를 권하는 분위기에 늘린 소비는 쉽게 줄지 않는다. 신용대출만 3000만원으로 더 이상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5월 가계와 기업이 금융회사에서 빌린 대출금 잔액은 1408조 3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5개월 사이에 대출금이 40조 5000억원 늘었다. 여기에 캐피털사, 대부업체, 불법 사채업 등까지 포함하면 7조원가량이 늘어난다. 단순 계산상으로도 0.25% 포인트 인상 시 연간 이자비용은 3조 5000억원, 1% 포인트 상승 시는 14조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가계와 기업의 빚 부담은 향후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예상됨에 따라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준금리는 2.25%지만 시장에서는 3.0%를 적정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날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장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금리가 상당히 낮기 때문에 정책운용의 여지를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본인의 유동자산이 적은 서민이나 중소기업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6월 자영업자 수가 지난해 6월보다 8만 6000명이나 줄었다.”면서 “연말에 3%까지 금리가 높아진다고 볼 때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서민 자영업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김민희기자 kdlrudwn@seoul.co.kr
2010-07-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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