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색깔 내는 KDI

자기색깔 내는 KDI

입력 2009-11-24 12:00
수정 2009-11-24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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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5.5%로 전망했을 때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간부는 “KDI가 이렇게 용감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고 말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지난 9월 전망치 4.2%에서 한꺼번에 1.3%포인트나 상향조정했다는 게 첫번째다. 연구기관들은 전망치를 급하게 올리더라도 위험 회피를 위해 몇 차례 수정전망을 통해 점진적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꺼번에 이만큼씩 높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이 간부의 설명이다.

그는 정부 입장이 고려된 것 같지도 않다고 했다. 성장률 전망이 높으면 정부의 실적 부담이 커지는 데다 조기 출구전략 시행의 압박도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다. 실제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3일 “KDI가 맞게 분석했다고 보지만, 결과적으로 정부가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KDI의 분석과 정책 제언이 과감해졌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KDI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두뇌집단). 국책기관인 데다 정부용역을 많이 수행하기 때문에 여러 사안에서 정부와 같은 보조를 취해 왔다. 하지만 요즘 들어 딱히 그렇지만도 않은 모습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

지난 7월에도 KDI는 출구계획을 서둘러야 한다는 내용의 이슈 분석보고서를 발간했다. KDI는 조기 금리 인상, 은행 외화표시 채무에 대한 국가보증 철회, 채권시장안정기금 축소·폐지 등 정부가 구사했던 경기 활성화 정책의 조기 환원을 제안했다. 당시 정부는 해외요인 등을 이유로 신중한 출구전략을 강조하고 있던 터. 정부 안에서 못마땅하다는 반응이 나왔음은 물론이다.

앞서 6월에도 KDI는 중장기 재정전망 등 상황이 바뀐 만큼 국책사업과 감세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대강 사업 중 타당성 검증 대상에서 제외되는 치수사업도 재정 건전성 조기회복 측면에서 검토를 다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감세와 4대강 부문을 언급했으니 정부로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2009-11-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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