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국세청의 표본 세무조사에서는 ‘기업가형 자영업자’들의 탈루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고급웨딩홀, 스포츠센터, 대형사우나, 골프연습장, 부동산관련 업체 등 재산규모가 큰 이른바 신종 자영업자들의 탈루 비율이 의사·변호사 등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밝혀져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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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고급웨딩홀을 운영하는 박모(62)씨는 200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예식비와 피로연회장 사용료 53억원을 현금으로만 받아 자신과 동생 명의로 은행에 나눠서 예금했다. 신용카드로 계산하겠다고 하면 부가가치세 10%를 더 요구했기 때문에 이용객 대부분은 현금결제를 선택했다. 박씨는 수입금액 53억원 중 33억원만 세무서에 신고하고 나머지 20억원은 누락했다. 이렇게 빼돌린 소득으로는 부인 명의로 다른 예식장을 50억원에 인수하는 등 ‘재산불리기’에 나서 최근 5년새 재산 증가분이 무려 68억원이나 된다. 박씨는 이번에 소득세 등 5억원을 추징당했다.
서울에서 대형사우나를 운영하는 김모(55)씨는 소득의 거의 대부분을 누락했다. 사우나에서는 부대시설 이용료 등을 모두 현금으로 계산하는 점을 악용했다.2년간 순소득 27억 6000만원을 올렸지만, 세무서에는 1억 2000만원만 벌었다고 신고했다. 탈루율이 무려 95.6%나 된다. 김씨도 소득세 등 13억 7000만원을 추징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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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그간 국세청이 자영업자에 대한 과세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충분치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득 탈루율이 거의 ‘0%’에 가까운 월급쟁이와 달리,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들은 ‘많이 벌고, 조금 신고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특히 흔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고소득 전문직종보다 이른바 ‘기업가형 자영업자’들의 탈루 행태가 훨씬 심각했다.
422명의 이번 조사대상만 놓고 보면 의사 등 전문직종도 번 돈의 60%는 신고한 반면 기업가형 자영업자들은 소득의 4분의 1만 신고했다. 기업가형 자영업자들이 새로운 ‘탈루 사각지대’로 등장한 것이다.
더구나 이런 세금 탈루는 부동산투기에 이은 재산증식으로 이어진다는게 문제다.422명의 최근 10년간 재산변동이 이를 극명하게 입증한다.
422명의 총보유재산은 기준시가 기준으로 95년말 5681억원에서 지난해말에는 1조 5897억원으로 10년새 3배 가까이 불었다.1가구당 재산이 24억 2000만원씩 늘어났고, 특히 기업가형 자영업자들은 무려 44억 5000만원이나 재산이 불었다.
국세청이 파악하지 못한 금융자산까지 포함한다면 실제 재산증식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짐작된다. 주목할 것은 소득 탈루가 많은 경우에 재산증가도 이에 비례해 많았다는 점이다.
국세청 한상률 조사국장은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루가 ‘부의 양극화’ 현상의 중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조사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업종부터 순차적으로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