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은행이란 지분의 과반수를 내국인이 소유하고, 경영도 한국인이 하는 은행을 말한다. 우리은행과 거래를 하면 이익의 88%가 국내로 오지만 다른 은행의 수익은 대부분 외국인이 차지한다. 정부 공공기관도 아무 생각없이 외국계 은행과 거래하고 있는데, 이를 그대로 두는 것은 토종은행으로서 권리를 방치하는 것이다.”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의 모회사)의 지분 78%를 갖고 있고, 외국인 지분율은 11.5%로 낮은 우리은행이 토종은행을 강조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86.1%, 신한지주는 60%, 하나금융은 72.7%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100%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시중은행 가운데 국내자본이 장악한 은행은 우리은행뿐이다.
그러나 이날 황 행장이 나름대로 토종은행의 정의를 내리고, 외국계 은행과 거래하는 공공기관에 대해 언급하고, 외국인 주주에 대한 배당을 문제삼은 것에 대해 은행권은 “‘상도의’를 넘어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경쟁은행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세련된 화술의 소유자로 정평난 황 행장이 왜 이런 ‘도발’을 했을까. 해답 역시 “경쟁자가 불편한 것은 나에게는 즐거움이다.”라는 황 행장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비록 은행권에서 ‘공동의 적’이 되더라도 토종은행이 이슈로 부각될수록 우리은행에는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은행간 치열한 경쟁의 분수령이 될 내년에는 월드컵이라는 국가적인 행사가 있다. 우리은행으로서는 애국심에 호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황 행장은 “일부 은행들은 노사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통합을 앞둔 은행들은 고객이탈이 불가피하며, 어떤 은행은 규모를 키우지 못하면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내년은 우리은행이 자체 성장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강조했다. 결국 인수·합병(M&A)의 혼란기를 틈타 경쟁은행의 고객을 빼앗아 오는데 ‘토종은행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경쟁은행들도 이런 ‘노림수’를 모르지 않는다. 일부 은행들은 “황 행장의 발언에 반응하면 오히려 말려드는 꼴”이라며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