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스토리 서울] (1) 한강 밤섬

[테마 스토리 서울] (1) 한강 밤섬

입력 2009-06-26 00:00
수정 2009-06-26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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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한테 해방된지 40여년 77종 둥지 튼 ‘새들의 천국’

서울의 어제와 오늘을 조망하는 ‘테마 스토리 서울’을 매주 금요일자에 연재합니다. 누구나 알 만한 곳이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서울의 명소나 문화재, 거리 등을 찾아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변화상을 살펴 봅니다. 지척에 두고도 알지 못했던 서울의 숨은 역사나 사연도 알려 드립니다. 서울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어떻게 발전할지 미래를 그려 보기 위해서입니다. 첫 회로 ‘도심속 무인도’ 한강의 밤섬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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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폭파 40년만에 스스로 제 모습을 복원해 ‘새들의 천국’으로 탈바꿈한 현재의 밤섬. ② 1968년 밤섬 폭파 장면. ③ 밤섬을 떠났던 이주민들이 1998년 배를 타고 고향에 돌아오는 귀향제 모습. 이언탁기자·서울신문포토라이브러리utl@seoul.co.kr
① 폭파 40년만에 스스로 제 모습을 복원해 ‘새들의 천국’으로 탈바꿈한 현재의 밤섬. ② 1968년 밤섬 폭파 장면. ③ 밤섬을 떠났던 이주민들이 1998년 배를 타고 고향에 돌아오는 귀향제 모습.
이언탁기자·서울신문포토라이브러리utl@seoul.co.kr
“들어가면 후회하실 텐데요….”

밤섬으로 향하기에 앞서 들은 ‘농담성 경고’였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직원의 만류를 뒤로하고 24일 오후 ‘도심속 무인도’인 한강 밤섬을 찾았다. 여의도 선착장에서 출발한 순찰선이 섬 주위를 한 바퀴 돈 뒤 마포 쪽 접안시설에 뱃머리를 붙였다.

●1968년 여의도 개발 때 폭파 후 복원

1m가량 되는 돌밭을 지나 10m쯤 갔을까. ‘아~’ 탄식이 절로 나왔다. 어른 키를 훌쩍 넘는 갈대와 갯버들 등 빽빽한 식물들에 포위당해 한 발짝 떼기도 버거웠다. 길이 애초에 없었다. 큰 키의 버드나무 사이로 하늘만 보였다. 1999년 서울시 최초의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10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밤섬은 자연 그 자체였다.

여의도와 마포 당인동 사이 윗밤섬과 아랫밤섬으로 나뉘어 있는 이 섬은 원래 유인도였다. 1960년대까지 600여명의 주민이 살았다. 1968년 여의도 개발에 쓸 모래와 자갈을 채취하기 위해 폭파해 무인도가 됐다. 조각난 10개의 섬은 흘러온 퇴적물로 제 모습을 찾았다. 버드나무와 갈대숲이 자라고, 새들이 모여 들어 세계적인 도심 속 철새도래지가 됐다. 생태계보전지역 지정 후 10년이 지난 지금 밤섬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한강사업본부 직원은 뜻밖에 ‘면적의 증가’라고 대답했다. 1985년 17만 7300㎡였던 면적은 2005년 26만 3200㎡로 확대됐다. 해마다 4200㎡씩 증가한 셈. 퇴적물을 제외하면 면적 증가의 주된 원인은 버드나무다. 풀만 있으면 흙이 쌓이기 쉽지 않지만, 큰 나무가 있으면 이를 지지대 삼아 퇴적층이 더 잘 모인다. 동식물도 크게 늘었다.

현재 식물은 46과 194종, 어류는 28종이나 된다. 조류가 급증한 것도 눈에 띈다. 멸종위기종인 흰꼬리수리와 천연기념물 원앙 등 77종 9782개체가 서식하고 때가 되면 찾는다.

●도시 한가운데에 살아 숨쉬는 섬

이런 자연환경에 반한 ‘마니아’도 많다. 특히 구본무 LG 회장은 ‘밤섬 애호가’로 통한다. 한강사업본부 직원은 자신도 들은 말이라며, 구 회장은 여의도 LG 쌍둥이 빌딩 30층에 있는 집무실에서 망원경으로 철새들을 관찰하는 것이 취미라고 전했다. 그는 “1~2년 전에 흰꼬리수리 등 안 보이던 희귀종의 새가 나타났느냐고 기자들이 찾아와 물은 적이 있다. 어디서 들었냐고 물었더니 구 회장이 제보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밤섬 생태보호를 위해 하루 두 차례 수상순찰에 나선다. 떠내려온 쓰레기 등을 치우는 작업도 한다. 이때 위해식물과 외래식물도 제거한다. 대표적인 예가 손바닥 모양의 한삼덩굴로 물쑥 등 식생류를 휘감아 성장을 막기 때문에 7~8월엔 밤섬 전역에서 이 훼방꾼을 몰아 낸다. 또 여름에는 고유 생태계를 파괴하는 배스 등 외래어종을 없애고, 겨울철엔 철새를 위한 먹이를 공급해 지속적으로 생태환경을 관리한다.

이곳에서 촬영된 국내 영화 ‘김씨표류기’가 얼마 전 개봉했다. 밤섬에서의 무인도 체험기를 다룬 스토리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일반인이 무단으로 밤섬을 방문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 사람 자리를 새와 나무, 풀에게 내준 밤섬을 떠나며 사업본부 관계자가 말했다.

“꼭 살아 숨쉬는 생명체 같지 않습니까? 여름엔 푸르렀다가 겨울엔 하얗게 변하고, 점점 자라요. 마치 도시 한가운데서 ‘나 살아 있다.’고 외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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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09-06-2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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