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정의 독사만평] 쿠바 수교와 아바나의 추억

[정재정의 독사만평] 쿠바 수교와 아바나의 추억

입력 2024-03-04 00:28
수정 2024-03-04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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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형제국 고립 털고 65년 만에
한국과 국교 재개 선택한 쿠바
사회주의 실패로 쇠락한 국격
추스르는 데 한국이 발판 될 것

지난달 13일 정부는 쿠바와의 국교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쿠바가 1949년 한국을 승인했다가 1959년 사회주의 혁명으로 단교한 이래 65년 만에 이루어진 외교 성과다. 반면에 북한은 형제국가라 자랑하던 쿠바가 한국과 수교했으니 외교 실패라 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국가로 매도한 직후여서 그 타격은 더 클 것이다.

한국과 쿠바의 수교 소식을 듣는 순간 불현듯 27년 전 아바나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1997년 2월 중순 쿠바를 여행하고 있었다. 2월 12일 날짜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날 호텔 텔레비전에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역임한 황장엽(1923∼2010)이 수행원 김덕홍과 함께 베이징의 한국대사관에 망명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깜짝 놀랐다. 황장엽은 이른바 주체사상을 체계화하고 김정일의 스승으로서 후계 작업을 주도하던 인물이다. 북한 권력 서열 13위에 오른 핵심 인물이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체사상연구회 국제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베이징으로 왔다고 했다. 그런 황장엽이 한국에 망명하다니 북한이 정말 위기에 빠진 것이 아닌가, 그런 놀라움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 며칠 전 서울에서 만났던 연변대학의 김모 교수는 은밀하게 말했었다. 기차로 북한을 오가다 보니 산기슭에 엎어져 죽은 시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는 것이다. 기차는 시속 20㎞로 느린 데다 정전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겨울산은 헐벗어 주변을 잘 볼 수 있었단다. 그는 중국 국적을 가진 공산당원으로서 북한을 자주 왕래하며 현지 사정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고난의 행군 3년여 동안 2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었다는 게 헛소문이 아니라고 했다.

황장엽 망명과 그 교수의 말이 겹쳐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이 발동했다. 일행 몇 명이 고급 지역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을 찾아갔다. 굳게 닫힌 대문 틈으로 대사관 안을 들여다보니 의외로 내부는 태연했다. 그렇겠지. 수만 리 떨어진 쿠바와는 상관없는 일 아닌가. ‘꾸바 공화국 주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관’이라는 동판이 부착된 높은 담벼락에는 김정일의 동정을 보여 주는 큰 사진이 즐비하게 걸려 있었다.

아름다운 아바나 구시가지는 역사의 향기를 물씬 풍겼다. 고색창연한 콜럼버스 묘지는 쿠바가 400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음을 웅변했다. 혁명광장 건물 벽면을 가득 채운 체 게바라의 얼굴은 쿠바가 사회주의 혁명을 계승하고 있음을 일깨웠다. 그러나 아바나 거리의 아름다움은 50m쯤 떨어져 봤을 때까지였다. 가까이 가 보면 건물은 낡아 무너질 듯했고 페인트가 벗겨져 곰팡이가 끼어 있었다. 50년 동안 물자 부족으로 보수와 색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들도 한 세대 전의 모델이었다. 관광객들 눈에 낭만적이었을 뿐 현지인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생활이었다.

바라데로 해변은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과 코발트빛 해수욕장을 낀 천혜의 휴양지였다. 모래는 밀가루처럼 곱고 바다는 유리창처럼 맑았다. 그러나 손님은 프랑스인 몇뿐이었다. 미국 휴양객들로 붐비던 멕시코 칸쿤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예약 없이 식당에 들렀더니 간단한 점심을 준비하는 데 두 시간 걸렸다. 종업원이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식재료를 조달했다.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고 말끝마다 불만을 터트리던 안내원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럼에도 쿠바의 가능성은 크다. 한국보다 1만 5000㎢나 넓은 국토의 대부분이 기름진 평지인 데다 북회귀선에 걸쳐 있어 1년에 2·3모작이 가능하다. 쿠바가 노선을 바꿔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활용하면 1000만명 가량의 쿠바인은 곧 잘 먹고 잘 살게 될 것이다. 늦게나마 한국과의 수교가 시발점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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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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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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