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무지개 다리/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무지개 다리/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23-05-10 00:15
수정 2023-05-1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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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 두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70대 할머니가 울면서 이야기했다. 건강하고 씩씩한 분으로 기억하는데 저리 슬퍼하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 함께 산 지 15년 된 개가 나이 들어 못 걷고 힘이 빠지더니 결국 사망했다. 실은 예견된 죽음이라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슬픔이 파도와 같이 밀려와 병원을 찾아온 것이다. 전형적 펫로스 증후군이다.

반려동물이 죽고 나면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 주인과의 재회를 기다리고 있다는 비유적 표현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상실과 애도의 시기를 보내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2020년 기준 전체 가구의 15%인 312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서울시 자료로는 자식 없이 반려동물만으로 가족을 구성한 가구가 37%에 이른다.

그만큼 개와 고양이는 생활의 아주 깊은 곳에서 함께하고 있다. 지금은 반려동물을 소유물로 인식하는 과거와 달리 부모ㆍ자식 관계의 애착을 형성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 부분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사람이 아직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반려동물을 잃은 경험을 타인에게 표현하고 공감을 얻는 데 어려움이 있다. “개 한 마리 죽었다고 그렇게 힘들어하냐”는 껄끄러운 시선을 민감하게 느끼고 나면 더욱 그렇다. 가족이나 지인의 사망과 달리 반려동물의 사망은 적극적 애도를 하기 어렵고 그래서 오래 유지되기 쉽다.

일반적으로 반려동물과 헤어지는 일은 어릴 때의 가장 아픈 추억 중 하나다. 키우던 마루라는 개가 집을 나가 사라진 날을 나는 아직도 일곱 살의 눈으로 생생히 기억한다. 양희은의 ‘백구’는 동생의 경험에 김민기가 곡을 붙인 노래다. 그런데 최근 노년인구에서 펫로스가 큰 문제로 관찰된다. 사람의 수명과 비교할 때 동물의 일반적 수명은 훨씬 짧다. 그러므로 입양을 해서 가족이 되는 순간 이 아이가 먼저 나를 떠날 것이라는 걸 알고 함께 살아간다. 그런데 내가 일흔 살에 반려동물과 헤어진다면? 내가 그 아이를 두고 먼저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 입양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식들은 적적해하니 빨리 한 마리 새로 입양하라고 하지만 이기적 행동으로 여겨져 실행하지 못한다.

있을 땐 모르다 없으면 비로소 소중함을 실감하는 것들이 있다. 특히 혼자 지내던 노인들의 삶에는 큰 싱크홀이 생긴다. 나이가 들어 누구를 먹이고 챙겨 주는 일은 활력을 주는 행위인데, 그 대상이 없어져 버렸다. 배변과 운동 등을 위한 외출 등 반려동물과 함께해 온 일상 루틴이 깨져 버린다. 더욱이 주변의 죽음을 경험하며 헤어짐에 대한 고민을 하는 노년기라 펫로스의 경험은 건강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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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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