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MZ세대 대화’를 단순 청취로 끝내지 마라/김정화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MZ세대 대화’를 단순 청취로 끝내지 마라/김정화 사회부 기자

김정화 기자
입력 2023-03-23 00:53
수정 2023-03-2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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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사회부 기자
김정화 사회부 기자
정부가 내놓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장시간 노동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일고 대통령까지 나서 보완 검토를 지시하자 뒤늦게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의견을 듣겠다고 한다. 2030 청년 세대가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을 외면하자 부랴부랴 “대화를 하자”는 건데 이런 뒷북 행보는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정부는 그간 MZ세대를 위한다고 하면서 듣고 싶은 말만 취사선택했던 건 아닐까.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일주일 새 두 차례나 만난 ‘MZ노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유준환 의장은 얼마 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지난해 9월 고용부 관계자들을 만나 이미 근로시간 단축을 제안했다. 그런데 ‘MZ세대와 간담회를 했다’는 데만 관심이 있고, 정작 우리 얘기는 보도자료에 한 줄도 들어가지 않았다.”

서울신문이 지난주 직접 만난 2030 직장인들도 연일 계속되는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다음달 17일까지 입법예고를 한 뒤 6~7월 국회에 개편안을 제출한다는 로드맵까지 짜 놓은 마당에 “MZ세대가 들러리가 되는 것 아니냐”며 씁쓸하다는 청년도 있었다.

특히 주 69시간과 60시간을 오가며 ‘숫자 전쟁’을 벌이는 정부에 청년들은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이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만난 한 20대 남성은 “처음부터 60시간이었으면 비난받았을 텐데, 69시간을 말한 뒤 60시간으로 줄이니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생각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그간 필요할 때마다 MZ를 마법의 단어처럼 소환하며 정책의 근거로 삼았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방식이 “MZ세대가 선호하는 유연한 근무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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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연간 200시간 넘게 일하는 나라, 해마다 수백명이 과로로 사망하는 나라에서 어느 MZ가 제 몸 갈아 일하려 할까. 결국 정부가 내놔야 할 건 ‘유럽식 안식월’, ‘제주 한 달 살기’ 같은 비현실적인 얘기가 아니다. 일하다 죽지 않을 환경, 일한 뒤에는 쉴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게 먼저다. MZ는 죄가 없다.
2023-03-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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