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정의 독사만평] 망우역사문화공원과 근현대사 탐방/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정재정의 독사만평] 망우역사문화공원과 근현대사 탐방/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입력 2022-11-30 20:34
수정 2022-12-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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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산에 들어섰던 거대 묘역
역사와 인생 담은 공원 탈바꿈
독립운동가·유명인사의 삶 조우
한 해 끄트머리서 ‘무언 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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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정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정재정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요즘 나라 안팎이 혼란하면 국립현충원이나 망우역사문화공원을 찾는 버릇이 생겼다. 특별히 누구를 참배한다기보다는 파란만장한 근현대를 살다 간 분들과 교감하면서 대한민국 역사를 되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동작동 국립묘지’나 ‘망우리 공동묘지’로 불린 때는 들르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새 이름에 걸맞게 묘역이 잘 정비돼 탐방하기 쉽다. 경관이 수려하고 분위기도 고즈넉해 산책과 사색까지 즐길 수 있다.

늦가을 햇살이 가물거리던 11월 초 망우역사문화공원을 돌아봤다. 흩날리는 낙엽을 맞으며 묘역을 거닐다가 글로만 접하던 분들의 묘소를 만나 묵념에 잠기니 몸과 마음이 안온해지는 느낌이었다. 필자는 1998년에 ‘서울 근현대 역사기행’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망우묘역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가족이나 지인 단위로 역사문화 현장을 답사하는 바람이 불었다. 필자는 그 대상이 주로 전근대 유적유물에 편중된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우리의 역사문화 의식이 근현대로까지 확장되기를 바라며 책을 펴냈다.

‘서울 근현대 역사기행’은 처음으로 묘역을 역사 기행의 장소로 크게 다루었다. ‘민족 민주 영령들의 성지’라는 큰 제목 아래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의 유택 효창공원’, ‘국가 정통성의 뿌리 동작동 국립묘지’, ‘망우리 공원묘지’, ‘청담동 도산공원’, ‘수유리 4·19혁명 국립묘지’라는 장을 설정해 묘역의 내력과 안장된 주요 인사를 소개했다. 서울의 묘역을 근현대사 탐방의 주제로 삼은 것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망우산은 높이가 282m에 불과하지만 1933년부터 1973년까지 서울의 가장 큰 공동묘역이었다. 최성기에는 약 4만 7700기가 들어섰는데 필자가 책을 쓸 때는 2만 8000기로 줄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 보니 7000기가량만 남아 있었다.

일제는 4대문 밖 이태원, 신사리(응암동), 미아리, 수철리(금호동)에 공동묘지를 조성했는데 이곳들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1933년 망우리 일대 52만평에 묘역을 조성하고 기왕의 공동묘지를 이곳으로 이장했다. 해방 후에도 망우묘역은 선산 없는 서울시민의 유택이 됐다. 6·25전쟁을 거치면서 묘지는 더욱 늘어 추석에는 전국 각처에서 몰려온 성묘객으로 교통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서울시는 1973년을 끝으로 ‘망우리 공동묘지’를 폐장하고 기존 묘지도 이장을 권고했다. 그리고 1977년 묘역의 이름을 ‘망우묘지공원’으로 바꿨다. 1997년에는 독립운동가와 문화예술인 15인 묘지 근처에 ‘어록’과 ‘추모비’를 세웠다.

나아가 이듬해 아예 ‘묘지’를 떼고 이름을 ‘망우리공원’으로 바꿨다. 문화재청은 2012년에 한용운, 2017년에 오세창·문일평·방정환·유상규·오기만·서광조·서동일·오재영 등 독립유공자 묘지를 국가지정등록문화재로 선정했다. 이로써 망우묘역이 휴식과 현창의 공간으로 바뀐 셈이다.

망우묘역은 지난해부터 중랑구가 관리하고 있다. 중랑구는 묘역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탐방과 산책의 장소로 개편했다. 올해 4월 1일에는 묘역 입구에 ‘중랑망우공간’이라는 우아하고 쾌적한 건물을 신축·개관해 전시·교육·홍보 시설로 활용 중이다. 묘역 이름도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교체했다. 광장 벽에는 안장된 역사 인물 50여명의 사진과 약력을 부착했다. 계용묵·박인환·지석영·장덕수·조봉암·이중섭·이영민·차중락 등 저명한 문화인·정치인도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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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역사문화공원은 역사와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평안한 공간이다. 그리고 서울시와 구리시 및 한강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다. 다사다난한 올해를 마감하는 요즘 망우역사문화공원에 가서 각자가 기리고 싶은 역사 인물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잠시나마 근심을 잊었으면 좋겠다.
2022-12-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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