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균미 칼럼] ‘좋은 시민’과 ‘좋은 국가’의 조건/논설고문

[김균미 칼럼] ‘좋은 시민’과 ‘좋은 국가’의 조건/논설고문

김균미 기자
입력 2022-11-24 20:34
수정 2022-11-25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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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개 국민, 투표권 행사 1위 꼽아
한국, 국내외 관심 불균형 심해
개인·국가 우물 안 개구리 경계
‘좋은 국가’ 요건도 다르지 않아

김균미 논설고문
김균미 논설고문
“‘좋은 시민’의 조건에 대한 19개국 설문조사 결과”

미국 싱크탱크인 퓨리서치센터에서 얼마 전 보낸 이메일의 제목이다. 새로울 것이 없어 삭제하려다 주요 국가의 사람들이 ‘좋은 시민’의 요건으로 무엇을 꼽았는지 궁금했다.

설문조사에는 한국과 미국, 캐나다, 유럽 11개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이스라엘 등이 참여했다. 설문은 지난 2~6월 사이에 실시됐다.

퓨리서치센터가 제시한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한 조건은 7개였다. 한국과 미국, 스웨덴 등 14개국 국민은 투표권 행사를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뽑았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벨기에, 일본, 싱가포르 등 5개국은 미세한 차이로 투표권 행사를 두 번째로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기후변화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기여하는 실천적 행동,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한 관심, 국제 이슈에 대한 관심,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안 관련 집회·시위 참여 순이었다. 종교활동 참여가 좋은 시민이 되는 데 중요하다는 응답은 40%로 가장 낮았다.

서구 관점이 반영됐지만 사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묻는 보편적 조건들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생각하는 ‘좋은 시민’ 요건의 중요도는 다른 나라들과 비슷했다. 투표권 행사가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이 84%로 스웨덴에 이어 캐나다와 함께 두 번째로 높다. 19개국의 중위값과 유의미한 차이가 나는 항목은 백신 접종과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이다. 백신 접종은 중위값(57%)보다 16% 포인트나 낮아 아래에서 세 번째였다. 반면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도는 일본에 이어 2위로 중위값보다 21% 포인트나 높았다.

한국의 국제 이슈에 대한 관심은 딱 중간이다. 하지만 국내 정치와 국제 상황에 대한 관심도 편차는 24% 포인트로 19개국 중에서 가장 컸다. 국민의 시선이 국내 정치 상황에 쏠려 있다는 얘기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반면 일본은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74%)과 국제 상황에 대한 관심(68%)이 비슷하게 높다. 나라 밖 상황에 관심이 적고 외국으로 유학 가는 학생도 많지 않았던 그동안의 일본 추세가 바뀐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일본에 대한 선입견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한국 국민이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이념적 양극화, 정치적 갈등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느끼는 정치적 갈등 수준은 19개국 중 1위였다. 대선 불복 주장과 의회 난입 사건 등으로 위기를 맞은 미국보다도 정치적 분열이 더 심각하다는 응답이 14% 포인트나 높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사람들이 아직은 정치 혐오나 무관심보다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민의 국내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과 우려를 ‘좋은 정치’로 풀어내는 것이 ‘좋은 국가’, ‘좋은 국회’의 역할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복지를 향상시키며 미래에 대비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국내 정치 현안들을 풀어나가되 국제사회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 다양한 사회 계층의 요구는 숙의 과정을 통해 수렴해 나가야 한다. 국회와 정치인은 말이 아닌 의정 활동으로 답해야 한다. 국민에게 꼭 필요한 법을 만들고,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특정인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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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어떤가. 책임 공방만 무성할 뿐 ‘내 탓이요’라며 나서는 이가 없다.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는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계기가 돼야지 정쟁의 장으로 변질한다면 ‘좋은 시민’의 냉엄한 심판을 피할 길이 없다. 국회의원 선거가 멀게 느껴져도 해가 바뀌면 코앞이다.
2022-11-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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