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삶, 사람의 일이니까/작가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삶, 사람의 일이니까/작가

입력 2022-11-15 20:18
수정 2022-11-1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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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서미 작가
황서미 작가
지난주 공주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다행히 숙소 가까이 참숯구이 백반으로 유명한 맛집이 있어서 들러 봤다. 옆 테이블에 앉은 모녀의 대화가 알콩달콩 조곤조곤 또렷이 들려왔다.

나보다 조금 늦게 들어와 자리에 앉자마자 엄마랑 딸이랑 손을 맞잡는다. “근데… 어, 근데…” 하면서 이야기가 끊기지 않는다. 엄마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딸의 얘기를 들으면서 계속 웃고. 딸도 딸이지만 엄마도 애교가 넘친다. 그런데 딸이 배가 고픈지 계속 “아우 배고파, 아우 배고파”를 연신 반복한다. 엄마는 예전에 아빠랑 여기 한 번 왔었는데 이게 맛있었다고 하면서 구이를 시켜 먹자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은 딸.

“칫, 둘만 여기 오고.”

그리고는 다시 잔잔한 이야기들이 조용히 강물에 윤슬 일듯이 오간다.

“엄마 손톱 좀 깎아.”

“엄마 손톱 안 긴데?”

“아, 그러면 엄마가 너무 내 손을 꽉 잡았나?”

그러면서 또 한 번 까르르한다. 안 보는 척 흘끔 돌아봤는데, 엄마가 딸을 너무 예뻐하는 눈빛으로 꽉 잡았던 것도 같다. 나도 딸이랑 이런 대화를 나누긴 하지만 분위기는 이쪽이 훨씬 더 부드러운 솜사탕 같다. 결정적으로 언제부터인가 딸이랑 나는 손을 안 잡고 다닌다.

그때 갑자기 지난 핼러윈 이태원 참사 때 어떤 엄마가 딸에게 다급히 보냈던 문자가 떠올랐다. 이런 행복한 광경 앞에서 그 문자가 떠올라 미안했지만 말이다.

**야, **야, 빨리 답 좀 줘. 엄마, 미치겠어.

엄마, 미치겠어. 엄마, 미치겠어…. 여기에서 시선이 떨어지질 않았다. 이 행복한 모녀의 시간이 그 엄마에게도 있었으리라 생각하니 나도 미치겠는 것이다. 전 국민에게 내려진 추도 지침, 손을 들어 자꾸 어딘가를 가리키며 참사 현장을 돌아보던 대통령과 참모진, 덜덜덜 떨던 용산소방서장의 손, 외국 출장길에서 급거 귀국한 서울시장, 용산구청장의 현장 출동 뒷소식….

나에게는 그저 하나의 메시지로만 수렴된다. 매뉴얼. 분명히 사고는 지구가 자전하는 한 계속 생길 것이다. 그러나 다음에는 제발 이 같은 어이없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고가 일어났을 때 국가 행정 차원에서 신속하게 가동될 체계적이고 명확한 지침이 갖춰져야 한다.

저 행복한 엄마와 딸. 손을 얼마나 꼭 잡았는지 손톱이 딸 손바닥에 콕 찍힐 만큼 꽉 잡은 두 손, 계속 잡을 수 있게는 해 줘야 하지 않겠나 싶다. 잘 놀다 들어와서 엄마 아빠 다녀왔습니다! 하고 푹 씻고 잤어야 할 영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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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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