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이상한 논란/임명묵 작가

[2030 세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이상한 논란/임명묵 작가

입력 2022-08-29 20:34
수정 2022-08-30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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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묵 작가
임명묵 작가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드디어 종영됐다. 드라마가 한창 방영되는 동안 러시아를 여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 회차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그 명성은 대륙 반대편 러시아에서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유튜브를 켜면 ‘우영우’의 명장면이나 유행어가 알고리즘 추천을 통해 쏟아진다. 자폐와 장애 문제에 관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극적 재미도 살린 데다가 수많은 사람이 따라하는 각종 밈까지 만들어 냈으니 가히 ‘우영우 신드롬’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이 화제의 드라마는 방영 중간부터 갑작스럽게 전혀 다른 논란을 만들어 냈다. 몇몇 남초 커뮤니티에서 이 드라마가 노골적으로 남성을 악역으로, 여성을 선역으로 구분하고 페미니즘을 비롯한 ‘정치적 올바름’의 가치를 주입하려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급기야 드라마 작가의 출신 학교를 근거로 ‘우영우’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헌정하는 상징물로 가득 채워졌다는 분석까지 등장했다. 많은 시청자는 이런 의견을 두고 지나친 과대해석이라고 생각했으며,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이 논란의 진실 여부보다도, 이 같은 방식의 콘텐츠 소비가 이미 대중문화에서 자연스러운 문법으로 자리잡은 상황임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미디어 학자 헨리 젠킨스는 그의 대표적 저작 ‘텍스트 밀렵꾼’에서 팬들이 콘텐츠를 끝까지 파고드는 새로운 방식의 미디어 소비가 등장했다고 이야기했다. 소비자는 더는 공급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다. 한 콘텐츠를 수도 없이 돌려보고, 프레임 단위로 영상을 분석하고, 작가와 감독의 배경까지 철저히 조사하면서 팬들은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해석을 창조한다. 그 해석이 실제 사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러한 해석을 공유하는 특정한 팬 공동체만 형성됐다면, 그 해석은 적어도 그 공동체에서는 진실이다. 공동체가 행동에 나설 때, 콘텐츠는 널리 퍼지거나 격렬한 공격의 대상이 된다. 온라인 페미니즘이 흥기하던 지난 몇 년간 여성 콘텐츠 소비자들은 마찬가지 작업을 통해서 대중문화의 판도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기까지 했다.

인기 콘텐츠의 부상이 능동적인 콘텐츠 해석을 추구하는 팬들에 의해 숭배되고 공격의 대상이 되는 일은 이제는 상수가 됐다. 이러한 ‘2차적 소비’는 사실 콘텐츠 자체를 소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되기까지 했다. 공급자들은 논란을 의도해 노이즈 마케팅을 시도할 수도 있고, 또 그들이 상상도 못한 논란으로부터 콘텐츠를 방어해야만 할 수도 있다. ‘콘텍스트’가 ‘텍스트’를 잡아먹은 새로운 세계임을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가 인지해야만 하는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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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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