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납’의 시대/우석대 명예교수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납’의 시대/우석대 명예교수

입력 2022-07-19 20:10
수정 2022-07-20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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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2022. ‘금’의 정치를 보고 싶다.
대전 2022. ‘금’의 정치를 보고 싶다.
의회주의의 발상지 영국의 정치 수준은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형편없었다. 영국 상류층의 타락상은 전설적이었다. 조지 3세의 장남인 웨일스(나중에 조지 4세) 왕세자는 동침한 여자가 7000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희대의 색마였다. 그의 천문학적 도박 빚은 의원 친구들이 국고에서 갚아 줬다. 정치인들 사이에는 알코올 중독이 만연했다.

영국 정치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한 인물은 ‘영국의 양심’ 윌리엄 윌버포스(1759~1833)였다. 21살에 정치에 입문한 윌버포스의 첫 번째 목표는 도덕 개혁이었다.

그는 하수종말처리장 수준의 정치판을 1급 상수원 수준으로 정화했다. 영리한 전략으로 고위 공직자의 과도한 음주, 음란행위 등 비도덕적인 행동을 적발 및 고발할 수 있는 법령을 선포토록 유도했다. 도덕성을 강조한 빅토리아 시대(1837~1901)의 시대정신은 이렇게 탄생했다.

윌버포스가 추구한 또 다른 목표는 노예제 폐지였다. 인기 없는 투쟁이었다. 해양 강국 영국은 아프리카 흑인의 북미 대륙 수송에서 핵심 역할을 했고, 노예무역은 국가 수입의 3분의1을 차지했다. 노예무역은 오늘날 미국의 방위산업만큼이나 영국 경제에서 중요한 비중을 점했다. 노예제 지지 세력은 모든 반대 목소리를 매국(賣國)으로 몰아 침묵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정치인은 고위직에 오를 희망을 접어야 했다. 개인적 야망을 초월한 목표와 의미를 추구하는 인물이 나와야 했다. 그러면서도 여론 주도층의 호의를 얻을 만큼 진정성과 설득력이 있어야 했다.

두 차례나 암살 위기를 넘긴 윌버포스가 적임자였다. 1833년 7월 26일은 승리의 날이었다. 의회는 대영 제국의 모든 노예를 1년 안에 해방하라는 법령을 선포했다. 병상에서 이 소식을 들은 윌버포스는 기뻤다. 그는 사흘 뒤인 7월 29일 새벽 3시 운명했다.

윌버포스 덕분에 영국은 미국보다 30년 앞서 노예제를 폐지했다. 윌버포스는 영국 정치를 ‘납’에서 ‘금’으로 바꿨다. 비로소 정치가 존경받을 만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확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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