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훈의 간 맞추기] 대통령의 시간/변호사

[유정훈의 간 맞추기] 대통령의 시간/변호사

입력 2022-05-10 20:32
수정 2022-05-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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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훈 변호사
유정훈 변호사
2009년 1월 20일 버락 오바마는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위해 전임자 조지 W 부시와 함께 대통령 전용차량에 올랐다. 취임식장으로 가는데 부시의 재임 중 실책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부시는 곧 돌아갈 텍사스 목장 얘기에 정신이 팔려 있었지만, 오바마는 이기심이 살짝 섞인 분노를 삼켰다. 물러나는 사람에게 저렇게까지 하나 싶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의 마음에 통렬하게 다가온 것은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대의 외침이 몇 시간 후면 전용차량 뒷좌석에 혼자 타고 백악관으로 갈 자신을 향할 것이라는 현실 인식이었다.

대통령의 임기는 민주정에 필수적이다. 인위적인 시간의 단위지만 개인도 새해가 되면 뭔가 결심을 하듯 정해진 임기에 맞춰 대통령이 바뀌는 것은 국가적으로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변하지 않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오늘 한국 대통령이 누구인지 인식할 리 만무하고, 한국인의 최대 관심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집값이나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 같은 경제 현상이 대통령 이·취임을 기점으로 달라질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는 전임자에게 책임을 떠넘길 방법도 없다. 대통령의 임기는 당연한 제도 같지만 잔인하다. 취임의 순간은 누군가에겐 기쁨이겠지만 본인에겐 가혹한 짐이다.

오바마의 회고록으로 돌아가 보자. 그는 “모든 대통령은 전임자가 한 일과 잘못한 일이라는 제약 조건하에서 출발하며, 업무의 대부분은 그렇게 물려받은 문제를 처리하는 것, 그리고 갑자기 발생하는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렇게 주어진 과제를 규율과 목표 의식을 갖고 제대로 처리해야 비로소 미래에 영향을 미칠 정책을 수행할 동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었고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 집권당이 상·하원 모두 과반을 차지하며 출범했지만, 어쩌면 과도하게 높았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성과를 남긴 전직 대통령의 회고이기에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전임자가 어떻게 했든 역대 대통령 모두가 직면했던 물가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면 곤란하다. 코로나19 변이 발생이든, 우크라이나 전쟁발 원자재 대란이든, 심지어 아무도 예상 못할 일이 벌어진다 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를 국민은 무한정 참아 주지 않는다. 대통령직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실낱같은 가능성을 현실화해야 하는 극한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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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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