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정의 독사만평] 日 역사교육 비판, ‘숲’을 봐야/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정재정의 독사만평] 日 역사교육 비판, ‘숲’을 봐야/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입력 2022-04-20 22:02
수정 2022-04-21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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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세계관 넓힌다는 목표 불구
침략사 축소 등 자국 중심 교육
역사교육 목표 부정 행태 따져야
공동번영 위한 ‘역사대화’ 늘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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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정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정재정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세계에서 한국만큼 일본의 역사교육에 관심을 갖는 나라는 없다. 일본에 국가와 역사를 뺏긴 쓰라린 경험에 짓눌려 교과서가 한국 관련 사안을 어떻게 기술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마다 3월 말쯤 되면 한국 외교부는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해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주한 일본 외교관을 불러 역사 왜곡 중단과 시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비판이 항상 정곡을 찌르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역사교육이라는 숲은 보지 않고 한국 관련 기술이라는 나무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달 발표한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한 한국의 대응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아쉬운 노릇이다.

먼저 일본이 단행한 고등학교 역사교육의 개혁 내용이 뭔지부터 살피고 파장을 짚도록 하자. 일본 문부과학성은 2018년 10월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을 대폭 개편했다. 학습지도요령은 교육의 내용과 방향을 전반적으로 규정할 뿐만 아니라 교과서 검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수업이나 교과서 제작에서 지침서와 같은 존재다.

일본은 대개 10년 주기로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한다. 이번 개정은 교육의 3대 지주로 지식·기능, 사고력·판단력·표현력, 학습력·인간성을 표방하고, 교육 방법으로 ‘주체적·대화적 심화 학습’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역사교육의 편제·목표·방법도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첫째, 역사교육의 과목으로 ‘역사총합’, ‘일본사탐구’, ‘세계사탐구’를 개설했다. ‘역사총합’은 1학년 필수과목(2단위)인데, 주로 18세기 이후 일본사와 세계사를 융합한 주제로 구성한다. ‘일본사탐구’와 ‘세계사탐구’는 2·3학년 선택과목(3단위)인데, ‘역사총합’을 공부한 다음 통사(通史)를 더 깊게 학습하는 과정이다.

둘째, 역사교육의 목표를 사회적 사건·현상을 역사적 관점과 사고로 파악하는 방식을 활용해 과제를 근본적으로 파고들거나 해결하는 데 두었다. 부연하면 활동 학습을 통해 넓은 시야로 서서 세계화하는 국제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며, 평화롭고 민주적인 국가·사회의 쓸모 있는 형성자에게 필요한 공민으로서의 자질·능력을 육성한다.

셋째, 역사교육의 방법은 교사가 교과서에 따라 학생에게 과제를 부여하고 의문을 갖게 함으로써 다면적·다각적으로 자료를 해석하거나 서로 의견을 교환하도록 지도한다. 곧 정해진 형태의 역사를 지식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역사에서 지혜를 얻는 방법을 익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사적 능력을 함양한다.

그런데 새 학습지도요령은 일본 중심의 역사교육과 애국심의 함양을 무척 강조한다. 게다가 일본 각의는 ‘정부가 하나로 정리한 견해를 따르라’고 요구하고, 일본군의 관여와 강제성을 약화시킨 용어(‘위안부’, ‘징용’ 등) 사용을 결정했다. 이로써 교과서에서 침략·지배에 관한 기술은 줄어들고, 교과서 검정에서 ‘근린제국 조항’(근현대사에서 이웃 나라 국민감정이나 국제 이해·협력 사항의 배려)은 껍데기만 남았다.

일본 정부의 이런 조처는 ‘다면적·다각적으로 자료를 해석하거나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능력을 기른다’는 새 역사교육의 핵심 목표·방법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다. 한국이 이 점을 들어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를 비판했더라면 좀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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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은 국가 운명을 짊어질 미래세대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 주려는 욕망이 특히 강하다. 해마다 되풀이하는 ‘교과서 싸움’도 실은 그 충돌에서 비롯한다. 한일은 소모적 대결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역사대화를 활성화하는 게 좋겠다. 이를 통해 양국 청소년에게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올바른 역사 인식’을 제시하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2022-04-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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