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두진의 안에서 보는 건축] 코로나 이후, 다시 도시를 생각한다/건축가

[황두진의 안에서 보는 건축] 코로나 이후, 다시 도시를 생각한다/건축가

입력 2022-04-20 20:26
수정 2022-04-2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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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진 건축가
황두진 건축가
2022년 4월 18일 드디어 2년 1개월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됐다. 계절은 바야흐로 봄. 거리마다, 공원마다, 먹고 마시는 곳마다 사람들이 다시 넘쳐난다.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제외하고는 코로나로 인한 그동안의 각종 규제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오미크론에 이은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인터넷으로 생중계돼 온 대역병 코로나는 이렇게 서서히 막을 내리려는 듯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전 세계 누적 사망자는 622만 4286명, 치명률은 1.24%다. 대한민국의 누적 사망자는 2만 1092명, 치명률은 전 세계의 10분의1 수준인 0.13%다. 대한민국은 호주,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과 더불어 치명률이 가장 낮은 나라의 하나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의 절대 숫자는 어마어마하지만 인류사의 대역병들과 비교하면 사실상 그리 높은 순위가 아니다. 약 100년 전 스페인독감이 창궐했을 때는 최소 1700만명에서 최대 5000만명이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40년 전인 1981년 처음 발생이 확인된 에이즈로 인한 지금까지의 사망자는 3600만명 내외에 이른다.

코로나 초기 그때까지 인류가 알고 있던 도시 문명은 이제 종말을 고할 것이며, ‘뉴노멀’로 불리는 완전히 새로운 삶의 방식이 대두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평소 관광객으로 붐비던 유럽의 유명 도시들이 텅 비고, 야생 동물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뜻밖의 장면들은 이러한 생각을 확인시켜 주는 듯했다. 그렇지만 도시 문명은 이전에도 그랬듯이 역시 이번에도 살아남았다.

그리고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시장 선거를 치른 프랑스의 파리는 ‘15분 도시’라는 새로운 도시의 개념을 제시했다. 주거와 업무, 산업이 따로따로 떨어져 있고, 그 사이를 어마어마한 교통 인프라로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15분 내에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15분 도시의 골자다.

서울시가 최근에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역시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보행 중심권,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ㆍ용도지역 융합) 등 내용을 알면 알수록 놀라운 변화다.

사실상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뉴노멀이다. 도시 문명 자체는 존속하지만, 그 안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지금까지와는 달라져야 한다는 믿음이다. 오히려 도전받고 있는 것은 아파트 단지의 지하 주차장에서 자동차를 몰고 나와 한 시간 남짓 운전해 시내 중심가의 고층 빌딩으로 출근하는 것이 도시 생활이라는 그간의 고정관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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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삶의 반경은 그리 넓을 필요가 없다. 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의존도도 낮추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며 살 수 있으면 그것이 최선이다. 그 어떤 설득에도 꿈쩍하지 않던 도시에 대한 종래의 관념이 깨지기 시작했다는 것, 이것이 코로나가 남긴 역설의 선물이다.
2022-04-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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