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입지 말고 사진 찍어 보내라”...日여성의원이 유권자에게 받은 편지 [김태균의 J로그]

“속옷 입지 말고 사진 찍어 보내라”...日여성의원이 유권자에게 받은 편지 [김태균의 J로그]

김태균 기자
입력 2022-04-01 14:39
수정 2022-04-2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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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인 정치인에 대한 괴롭힘 갈수록 심해지는 일본
출산한 여성의원에게 “일은 안하고 아이만 만들었나” 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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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뽑을까”…총선 후보 벽보 살펴보는 日 유권자
“누굴 뽑을까”…총선 후보 벽보 살펴보는 日 유권자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 투표일인 31일 수도 도쿄의 투표소 밖에서 한 유권자가 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내가 보낸) 이 T셔츠를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입은 뒤 사진을 찍어 보내라.”

일본 도쿄도의 한 기초자치단체 여성 의원 A씨는 선거에서 당선되고 몇달 후 이렇게 황당한 요구가 담긴 우편물을 유권자로부터 받았다. 보낸 사람은 지역에서 나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사였다. 기겁을 한 A씨는 받은 물건을 돌려보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성폭력, 폭언, 멸시 등 여성·신인 정치인들에 대한 유권자 및 동료들의 괴롭힘 행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일본 정부가 국가 차원의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31일 보도했다.

아사히는 “정부는 괴롭힘 등의 실태와 폐해를 드라마 형식의 동영상으로 만들어 정치인과 유권자에게 배포, 정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정치인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괴롭힘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그 정도가 한층 더 심각해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현 상황을 ‘정치의 위기’라고 지적한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간토 지방의 40대 자민당 초선 국회의원 B씨는 지난해 한 선배 의원으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그는 “우리 쪽과 다른 입장의 발언을 했는데 조심하라. 이건 당신을 위해서 하는 말이다”라고 B씨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B씨가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 육아 지원과 관련해 대정부 질문을 한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그것이 ‘자민당 의원답지 않은 것’으로 당내 주류 인사들에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2018년 자신이 남성 유권자들로부터 받았던 성희롱을 SNS에서 공개적으로 폭로했던 일본 도쿄도 마치다시 시의회 의원 히가시 도모미. <히가시 의원 트위터>
2018년 자신이 남성 유권자들로부터 받았던 성희롱을 SNS에서 공개적으로 폭로했던 일본 도쿄도 마치다시 시의회 의원 히가시 도모미. <히가시 의원 트위터>
특히 여성 정치인에 대한 남성들의 괴롭힘은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일본 내각부가 2017년 여성 지방의원 약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0% 정도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이나 학대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젊은 여성 정치인의 SNS에서 남성 유권자들이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묻는 것은 다반사이고, 일부는 성관계에 대한 경험을 자신의 고민 상담인 것처럼 가장해 늘어 놓기도 한다. 심야에 집으로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도 많다. “둘이서만 만나 상담을 받고 싶다”, “집에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듣고 싶다”와 같은 요구도 들어온다.

선거 때가 되면 ‘표’의 힘을 등에 업고 횡포를 부리는 사례는 더욱 늘어난다. 거리유세 도중 갑자기 껴안고 가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 후보의 선거벽보에 입에 담기 힘든 성적 표현으로 낙서로 하기도 한다. 유권자 수가 적은 지방에서는 몇 표라도 잃는 것이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피해를 당해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사이타마현의 기초단체 의원 C씨는 아이를 낳고 복귀한 뒤 “일은 하지 않고 아이만 만들었나”라는 비난을 유권자로부터 받았다. 한 지방의원 D씨는 임신으로 입덧이 심해져 회의에 결석하자 동료 의원으로부터 “아이를 이유로 자꾸 결석하면 우리 모임에서 제명시키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차기 일본 총리 도전을 노리고 있는 노다 세이코(자민당 의원) 전 총무상.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노다 전 총무상 페이스북>
차기 일본 총리 도전을 노리고 있는 노다 세이코(자민당 의원) 전 총무상.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노다 전 총무상 페이스북>
일본에서는 지난해 6월 ‘정치분야 남녀 공동참여추진법’이 개정돼 국가나 지자체에 정치인들에 대한 괴롭힘 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방의원들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여 1324건의 사례를 취합했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학자, 변호사, 상담 전문가 등의 감수를 받아 동영상을 제작했다.

이종민 서울시의원 “좋은 사업일수록 더 세심하게”… ‘더 아름다운 결혼식’ 이용편의·공정성 개선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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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토 도시아키 다이쇼대학 교수(지방자치)는 “여성 의원이나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한 성희롱, 괴롭힘은 소수자에 대한 배제로 이어진다”며 “의회가 다양성을 상실하면 논의나 정책의 질적 저하가 나타나 지방 정치의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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