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균미 칼럼] 트럼프 ‘SNS 복귀’가 걱정되는 이유

[김균미 칼럼] 트럼프 ‘SNS 복귀’가 걱정되는 이유

김균미 기자
입력 2021-03-24 20:38
수정 2021-03-25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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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미 대기자
김균미 대기자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의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희생된 8명 중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다. 아직 미국 수사 당국이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아시아계 미국인, 특히 아시아계 여성을 노린 증오 범죄로 결론짓지 않았지만, 미국 사회는 이미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범죄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에서 인종차별 관련 강력 사건이 터지는 건 전혀 새롭지 않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주로 다니는 교회를 공격하고 백인 경찰들의 강압 진압으로 “숨을 쉴 수 없다”고 절규하다 숨진 조지 플로이드처럼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과 증오 범죄가 주를 이뤄 왔다.

지난해부터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타깃이 옮겨 가는 양상이다. 아시아계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급증하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를 촉발한 이유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미국 정부와 언론,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최고지도자의 금도를 넘어선 발언과 행동이 사회 전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주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4년 내내 인종차별적 발언과 막말을 쏟아냈고 지지층은 열광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쿵 바이러스”로 칭했고, 그 결과 중국 등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미국 내 아시아계 단체들이 연합한 ‘아시아태평양계 시민 혐오 반대’(스톱 AAPI 헤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9일부터 올 2월 말까지 신고된 미국 내 아시아계 대상 혐오 사례는 3795건이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2.3배 많이 피해를 봤다고 신고했다. 욕설과 비방, 위협 등이 많았지만, 애틀랜타 총격 사건처럼 희생자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그동안 수적 열세와 문화적·언어적 차이로 뭉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이제는 언제 공격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연대하고 있다. ‘모범적인 소수 민족’, ‘영원한 외국인’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보호받을 당연한 권리와 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아시아계 등 비백인 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 증가의 유일한 원인은 물론 아니다. 2016년 대선 당시 미국은 이미 지지 정당, 지역, 학력, 성별, 인종에 따라 갈라질 대로 갈라지고 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트럼프가 이를 전략적으로 공략해 성공했고, 4년 동안 분열의 골은 더 깊이 파였다. 테드 류 민주당 연방하원의원은 애틀란타 사건 직후 베니티페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인종차별적 언어를 통해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아시아계 미국인을 다치게 해도 된다고 허락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섬뜩한 분석이다. 코로나와 이민자 등에 대한 트럼프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선을 넘은 발언을 열성 지지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그대로 따라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는 류 의원의 지적이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지난 1월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이후 트위터 등 계정이 영구 정지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3개월 뒤 직접 플랫폼을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복귀한다고 한다. 기존보다 더 차별적이고 분열적인 발언을 견제 없이 확산시킬까 걱정이 앞선다.

한가하게 미국 걱정할 때가 아니다. SNS에 혐오(증오) 발언이 넘치고 혐오 범죄가 급증하는 것은 한국도 큰 차이 없다. 외국인 노동자와 중국인, 중국동포, 성소수자, 여성, 노인에 대한 혐오는 우려할 수준이다. TV와 라디오, 유튜브와 SNS를 통해 쏟아지는 정치인들의 막말, 우리 편과 적으로 갈라치는 발언이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정치인들은 시도 때도 없이 페이스북에 정제되지 않은 주장을 올리고 퍼나르기에 급급하기보다 내용에 책임지는 모습을 남이 아닌 자신에게 먼저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SNS가 분열과 혐오를 확대재생산하는 통로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라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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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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