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책 없고 도덕성에 실망… 유럽 무당층, 정당 헤게모니 해체

새 정책 없고 도덕성에 실망… 유럽 무당층, 정당 헤게모니 해체

신형철 기자
입력 2021-01-13 17:22
수정 2021-01-14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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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층이 움직인다] <3> 의회민주주의 국가 정치지형 급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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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9일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VOX)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가 총선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스페인은 복스, 급진좌파 정당 포데모스 등이 득세해 다당제를 이뤘다. 마드리드 EPA 연합뉴스
2019년 4월 29일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VOX)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가 총선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스페인은 복스, 급진좌파 정당 포데모스 등이 득세해 다당제를 이뤘다.
마드리드 EPA 연합뉴스
무당층은 최근 대한민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 의회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다당제가 자리잡은 유럽에서는 포퓰리즘 정당의 득세, 극우 정당의 난립, 중도 표방 정권 창출 등 급진적 정치 지형 변화의 한가운데 무당층이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일본에서는 자민당의 1당 체제가 공고한 반면 무당층도 30%가 넘는다. 특히 코로나19로 기존 정당 정치가 변화를 압박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당층의 결집이 이들 국가에서 어떤 변수를 만들지 주목된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무당층이 새로운 정치세력 결성의 주요 동력원 역할을 하고 있다. 2010년대 유럽 정치권은 포데모스(스페인), 시리자(그리스), 오성운동(이탈리아), 국민연합(프랑스) 등 좌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중도 정당들의 헤게모니를 무너뜨렸던 것이 특징적이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사회민주주의, 자유주의 중도우파 등 기존 정당에 실망한 무당층의 결집이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극우 포퓰리즘 정당 뒤에는 금융위기와 난민문제를 겪은 뒤 ‘자국중심주의’를 갈구하는 지지자들이 있었고, 좌파 포퓰리즘 정당들은 정치적 올바름과 진보주의, 직접민주주의를 표방하며 반(反)극우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유럽 정치권은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지난 10년보다 더욱 다극화된 정치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의 여론 추이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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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정당 지지율
스페인 정당 지지율
프랑스를 양분한 공화당·사회당 체제를 무너뜨린 정당 앙마르슈(En marche)를 앞세워 임기 초 60%를 넘는 지지율을 자랑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12~13일 입소스(Ipsos) 조사에서는 38.4%까지 지지율이 추락했다. 스페인 여론조사업체 일렉토크라시아(electocracia)에 따르면 스페인은 사회당(27.0%), 인민당(23.8%), 극우정당인 VOX(15.2%), 포데모스(11.2%) 등 다양한 정당들이 지지율을 고르게 나누며 서로를 견제하고 있다.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는 거대 무당층의 변화 요구가 다당제 안착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오히려 자민당의 ‘1당 독점’이 심화됐다. 2017년 제48회 중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은 465석 중 284석을 휩쓸어 61.1%의 의석점유율을 기록했다. 대만도 2020년 총통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양당체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는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에서는 복지와 불평등 해소 같은 의제들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어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는 정당들이 자리잡을 공간이 좁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럽 등지에서 극우 정당 출현을 자극했던 난민 문제 등도 동아시아에서는 핵심 의제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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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당 지지율
일본 정당 지지율
다만 일본은 지난달 12일 마이니치신문이 사회조사연구센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당층이 3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당인 자민당 지지율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 무당층의 정치적 혁신 요구를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정당이 출현한다면 일본 정치 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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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당 지지율
독일 정당 지지율
특히 코로나19가 새로운 정치 체제를 만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무당층이 특정 정당으로 이동하며 지지율 그래프를 뒤바꾸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여론조사업체 인사(INSA)의 조사에서 독일 녹색당은 18%의 지지율을 기록해 기독·기사당 연합(3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커진 기후변화 등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녹색당을 향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조홍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유럽의 기존 사민주의 정당은 자신들의 과제를 20세기에 거의 달성했지만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독일에서 녹색당에까지 밀리는 이유”라며 “게다가 기존 엘리트 및 기득권과 유사해져 유권자가 정당의 도덕성에 실망한 것도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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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21-01-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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