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부모도 곁에 없어” 나혼자 사는 삶, 응원합니다

“언젠가는 부모도 곁에 없어” 나혼자 사는 삶, 응원합니다

송수연 기자
송수연 기자
입력 2020-10-21 22:14
수정 2020-10-2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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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랙-발달장애인 가족의 눈물<4·끝>] ‘자립 꿈’ 이루는 장애인 지원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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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에 있는 장애인 지원주택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한 발달장애인 권진수(가명)씨가 지난 12일 거실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서울 강동구에 있는 장애인 지원주택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한 발달장애인 권진수(가명)씨가 지난 12일 거실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여기가 좋아요.”

지난 12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장애인 지원주택에서 만난 발달장애인 권진수(48·가명)씨의 표정은 환했다. 반지하방에서 이사 나온 그의 새 보금자리는 햇볕이 잘 드는 건물 6층의 남향이었다. 사회적 연령 5세 수준(장애등급 폐지 전 2급)이지만 권씨는 기자가 던지는 질문마다 어눌하지만 밝은 목소리로 분명하게 의사를 표시했다.

“전에 살던 곳이 좋아요, 여기가 좋아요?”

“여기가 좋아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걱정 많이 했어요?”

“네.”

“코로나 때문에 답답해요?”

“네.”

“외롭지 않아요?”

“친구 많아요.”(동석한 김세연 복지사가 복지관 가는 걸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말 서울시 장애인 지원주택 대상자가 된 권씨는 지난달 10일 이사를 왔다. 이곳에서는 지체장애인 등 다른 장애인들도 각자 독립된 삶을 꾸려 나간다. 권씨는 어머니가 남겨 준 돈으로 보증금 2500만원을 납부하고 월세 30만원은 장애인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로 충당하고 있다.

권씨는 자립하면서 혼자 도전하는 일들이 이전의 삶보다 훨씬 많아졌다. 활동지원사가 급식판에 그날 먹을 반찬을 종류별로 덜어 냉장고에 넣어 두면, 권씨가 혼자 밥을 퍼서 식사를 했다. 어설프지만 설거지와 청소도 스스로 한다. 권씨 누나는 “동생이 거의 마흔 살까지 어머니와 시골에서 살아서 마을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자유롭게 지냈다”면서 “이곳에서 적응하면서 혼자 생활하는 모습이 너무 기쁘다”고 했다.

물론 살 곳이 생겼다고 발달장애인의 자립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가족으로부터 물리적으로 ‘홀로서기’한 것이지만 사회적 지원과 돌봄이 꾸준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날 권씨 집을 방문한 활동지원사가 반찬을 준비하고 빨래를 도왔다. 활동지원서비스란 혼자서 생활이 어려운 신체적, 정신적 장애인의 집으로 활동지원사가 방문해 식사나 목욕, 이동 등의 일상생활을 돕는 제도다.

김세연 충현복지관 지원주택2팀장은 “권씨의 경우 월 90시간의 활동지원 시간을 지원받지만 많이 현실적으로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의 사회적 소통과 유대감을 느끼는 일과는 복지관으로의 외출이 전부다.

권씨는 코로나19로 월·화·목요일에 오후 10시부터 3시까지만 긴급돌봄을 받고 있다. 활동지원시간은 평일 하루 4시간을 이용할 수 있지만 도보 포함 지하철로 40분 소요되는 복지관 이동 지원을 받고 나면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나머지 1시간 30분 동안 활동지원사가 권씨의 생활을 돕는다. 주말에는 누나가 방문해 권씨를 종일 돌본다. 강동구 지원주택은 권씨가 다니는 충현복지관이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해 사회복지사들이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권씨와의 유대도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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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안재원씨가 지난달 24일 서울시 양천구에 있는 장애인 지원주택에서 책을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발달장애인 안재원씨가 지난달 24일 서울시 양천구에 있는 장애인 지원주택에서 책을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발달장애인도 자립을 통한 성취감을 느낀다. 언어, 지적 등 중복장애(장애등급 폐지 전 3급)를 가진 안재원(23·여)씨는 초등학교 때까지 장애인 장기거주시설에 있다가 5명 내외의 소규모 시설인 그룹홈을 거쳐 지난해 12월부터 양천구의 서울시 지원주택에서 독립적인 삶을 살고 있다.

비교적 자신의 생각을 정연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안씨는 “모든 게 서툴고 미흡하지만 시설에 있을 때보다 자유롭다”고 말했다. 안씨는 독립하면서 올해 초부터 ‘캘리그래피’를 배우기 시작했다. 정란숙 사회복지사는 “안씨가 집단생활을 할 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몰랐다. 지금은 캘리그래피를 할 때 마음의 안정을 느낀다고 한다”고 말했다. 양천구의 지원주택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은 안씨가 캘리그래피한 ‘나와 살아도 괜찮아’라는 문구를 현수막으로 만들어 오랫동안 시설에 있다가 막 자립을 시작한 장애인들을 위한 자립 파티 때 내걸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은 모든 부모들의 ‘꿈’이다. 하지만 사회적 시선은 ‘지적장애인이 혼자 사는 게 가능한가’, ‘집단 시설에서 보호하는 게 최선 아닌가’라는 냉정한 시선에 머물러 있다. 정란숙 사회복지사는 “장애인 장기거주시설에서 몇십 년 동안 있던 분 중에 ‘저분이 과연 나와서 혼자 살 수 있을까’ 걱정하던 분들도 실제로 잘 적응하고 삶에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애등급 폐지 전 2급 상당의 20대 발달장애인 쌍둥이를 돌보는 어머니 김모씨는 “언젠가는 내가 없어질 테고 혼자 살아가야 하는데 생활지원이 보강되면 자립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현재는 정부가 탈시설만 얘기하지만 발달장애인도 자립하는 탈재가(在家) 정책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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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장태용 서울시의원, 한산초 ‘청소년 의회아카데미’ 참석… “우리 동네를 바꾸는 것이 시의원의 역할”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2020-10-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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