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 숨지고 홀로 되자 “방 빼”… 공공 임대서 독립은 시작됐다

노모 숨지고 홀로 되자 “방 빼”… 공공 임대서 독립은 시작됐다

송수연 기자
송수연 기자
입력 2020-10-22 01:02
수정 2020-10-2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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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랙-발달장애인 가족의 눈물<4·끝>] 이젠 나와 살아도 괜찮아

발달장애인 안재원씨가 쓴 캘리그래피. ‘나’와 살아도, 사회로 나와 살아도 괜찮다는 중의적 의미.
발달장애인 안재원씨가 쓴 캘리그래피. ‘나’와 살아도, 사회로 나와 살아도 괜찮다는 중의적 의미.
서울 강남구 월세 56만원의 12평 반지하에서 살던 발달장애인 권진수(48·가명)씨는 지난해 3월 집주인에게서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사회적 연령 5세에 다운증후군까지 있는 권씨를 평생 돌봐 온 어머니가 2017년 11월 숨진 후 함께 살던 집에서 홀로서기한 지 1년 4개월 만이었다. 가족과 복지관의 도움으로 독립 생활에 적응하던 권씨였지만 바뀐 집주인은 “장애인 혼자 사는 건 불안하다”며 집을 비워 달라고 했다.

●1년 반 백방으로 집 구했지만 ‘허탕’

누나와 복지관은 1년 반 이상 백방으로 권씨가 머물 집을 구했지만 집주인들은 장애인에 대한 임대를 꺼렸다. 100만원을 받고 가계약까지 했던 한 집주인은 당일 권씨의 얼굴을 직접 보고는 그 자리에서 계약을 파기했다. 권씨 누나는 “너무 암울하고 막막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어머니라는 울타리가 사라진 후 권씨와 가족이 마주해야 했던 현실은 장애인에 대한 냉대와 선입관이었다.

6개월씩 임대를 연장하며 권씨가 다른 집을 구할 때까지 기다려 온 집주인은 지난 8월 마지막 퇴거 통보를 했다. 각자 가정이 있는 형과 누나들 가운데 누구도 막내동생 권씨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가족이 없었다.

●가까스로 지원 주택 입주… “좋아요”

남매들은 “(엄마와 살았던 집에서) 살고 싶어요”라던 권씨를 장애인 장기거주시설에 보내기로 했지만 시설도 정원을 축소하는 상황이라 여의치 않았다. 막다른 길에 내몰렸던 권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서울시가 운영하는 장애인지원주택이었다.

장애인지원주택은 지역사회에 장애인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최장 20년까지 공공임대주택을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하는 제도다. 권씨는 지난달 10일 서울 강동구의 한 지원주택에 입주해 독립적인 삶을 시작했다. 지난 12일 만난 권씨에게 이사해서 좋으냐고 물었더니 그는 짧지만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요.”

김미옥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사회에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사회적 지원 체계가 구축돼 부모 사후나 재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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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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