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훈의 간 맞추기] 힘퍼시

[유정훈의 간 맞추기] 힘퍼시

입력 2020-08-04 17:36
수정 2020-08-0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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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훈 변호사
유정훈 변호사
‘맨스플레인’(mansplain)이라는 말이 있다. 리베카 솔닛의 책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통해 널리 알려졌는데, 여성은 잘 모를 것이라는 전제로 남성이 무턱대고 아는 척 설명하며 가르치려는 행위를 뜻한다.

남성의 과잉확신에서 비롯된 같은 계열의 단어로 ‘힘퍼시’(himpathy)를 추가해야 할 것 같다. 공감을 뜻하는 ‘sympathy’에 대명사 ‘him’을 접붙인 신조어다. 이를 처음 사용한 케이트 만 교수(코넬대)에 따르면 ‘권력을 가진 남성의 성폭행, 기타 여성혐오에 대한 부적절하고 균형을 잃은 공감’을 의미한다. 힘 있는 남성의 잘못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가해자의 시각에서 해당 남성에게 동조하는 비합리적 현상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을 둘러싸고 유례 없는 ‘힘퍼시’를 목격하고 있다. ‘고매하게 지켜온 삶의 무게’에 짓눌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런 ‘남자사람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며 ‘100조원’을 줘도 그를 되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대책을 물어보려면 ‘후레자식’ 소리를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와 연이 있는 정치인 혹은 유명인에 국한되는 일도 아니다. 소셜미디어에는 평범한 아재들의 질문 혹은 반론을 가장한 공격이 넘쳐 난다. “확실한 증거를 공개하면 될 것 아니냐”는 비아냥은 흔하고 그를 옹호하기 위해 이순신 장군까지 동원된다.

이 현상이 특히 나쁜 점은 가해자의 권위가 크면 클수록 우호적 여론이 크고 2차 가해 또한 심해진다는 것이다.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사건을 보면 가해자에 대한 동조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의 정도는 문제를 일으킨 단체장이 쌓아 온 도덕적 권위 그리고 정치적 잠재력과 비례한다. 권력관계를 이용한 범죄가 이미 발생했는데 여기에 가해자의 권위에 비례하는 ‘힘퍼시’가 더해지면 2차 가해는 무한정 증폭되고 피해자가 설 자리는 사라진다.

과거의 업적은 오늘의 성폭력 문제에 끌어들일 사항이 아니다. 이게 대단한 사리분별을 요구하는 판단인가? 그런데 기득권을 공유하는 남성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거다. 소수자의 눈에는 뻔히 걸리는데 기득권자는 보고 싶지 않은 거다. 어떤 행동이 왜 2차 가해인지 설명을 해도 기득권자보다 소수자가 훨씬 잘 알아듣는다. 반면 여성들은 안다. 피해자에게 발생한 사건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유독 이런 문제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편향된 공감이 패턴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런 문화를 용납하면 안 된다. 주류에 속하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 남성을 한때 좋았던 행적을 이유로 감싸는 반면 약자 그리고 약자에게 공감하는 이를 공격하는 것은 사회 전체를 해친다. 타인의 존엄을 존중해야 훌륭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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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공감·동정을 뜻하는 ‘심퍼시’(sympathy)를 넘어 다른 이의 입장에서 그의 처지를 이해하는 ‘엠퍼시’(empathy)를 요구하는 시대다. 21세기도 5분의1이나 지났는데 공공연한 ‘힘퍼시’(himpathy)를 보는 것은 매우 괴롭다. 진보하자, 제발.
2020-08-0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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