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혐오와 낙인이 사태 키운다/황비웅 사회2부 기자

[오늘의 눈] 혐오와 낙인이 사태 키운다/황비웅 사회2부 기자

황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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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3-03 17:42
수정 2020-03-04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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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웅 사회2부 기자
황비웅 사회2부 기자
“신천지는 국민을 갉아먹는 좀벌레다.”

“신천지 좀비들은 사회악이다.”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의 강제 해체(해산)를 청원합니다’라는 국민청원에 동의하는 참가자 수가 3일 현재 120만명을 넘어섰다. 신천지 교인들을 ‘벌레’, ‘좀비’로 표현하는 댓글들은 온라인상에 넘쳐나고 있다. 가히 온 국민이 ‘신천지 포비아’에 휩싸여 있는 듯하다.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한 신도들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진원지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부가 신천지 전체 신도의 명단 제출을 요구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신천지 측은 신도 명단에서 교육생을 누락하거나 어정쩡한 명단을 제출하면서 방역의 ‘사각지대’를 키우는 일을 자초했다. 고의로 신도 수를 축소하거나 은폐한 부분이 있다면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 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비난의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달 27일 신천지교의 비밀주의를 언급하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시는 이만희 총회장을 검찰에 살인죄로 고발한 상태다. “나는 고발하지 않겠다”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결국 지난 2일 이 총회장의 기자회견이 열린 경기도 가평 ‘평화의 궁전’을 급습해 이 총회장의 검체를 채취하며 압박에 가세했다.

이런 분위기만으로도 신천지 교인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총회장이 신천지 피해자 단체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울산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분류됐던 60대 신천지 여신도가 투신해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여성은 검체 검사에서는 음성으로 판정됐다. 이 총회장이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큰절을 올리는 장면을 보고 ‘멘붕’이 왔을 신도들이 제2, 제3의 투신 시도를 할까 우려된다.

물론 신천지의 비밀주의가 사태를 키운 것은 맞다. 하지만 특정 종교의 예배 방식이나 포교 행위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코로나19의 진앙지 역할을 할 수 있는 고위험군들을 빨리 찾아내 더이상의 확산을 막는 것이 더 시급하다. 신천지 신도들을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치부하는 현실 속에서 연락 두절된 ‘샤이 신천지’들은 더욱더 음지로 숨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음지로 숨어든 신천지 신도들을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들을 범죄집단으로 모는 ‘낙인효과’만큼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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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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