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유산 톡톡] ‘칼산’에서 만난 일제의 잔재

[미래유산 톡톡] ‘칼산’에서 만난 일제의 잔재

입력 2019-12-11 23:48
수정 2019-12-12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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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갈산공원 안 대삼각본점. 1910년 조선총독부가 토지조사사업을 위해 설치한 지적 측량기준점이다. 전국 600여곳 중 서울의 경우 용마산과 갈산 2곳에 남아 있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갈산공원 안 대삼각본점. 1910년 조선총독부가 토지조사사업을 위해 설치한 지적 측량기준점이다. 전국 600여곳 중 서울의 경우 용마산과 갈산 2곳에 남아 있다.
평소 행주대교를 지나 올림픽대로를 타고 서울로 진입하는 일상을 반복하면서 산이라고 하기엔 조금 높은 동산들이 서에서 동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번 투어 해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강서구와 양천구에 속하는 개화산과 궁산, 탑산, 안양천변 칼산, 건너편 북쪽으로 덕양산, 안산, 대덕산 등 한강변에 자리하며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서울관문의 수호산에 대해 알게 됐다.

양천 고성터는 삼국시대부터 방어 요새 역할을 했다고 통일신라시대 기록에 남아 있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까지 군사적 요충지였다. 파주 오두산성, 덕양산 행주산성과 같이 한강 하구를 지키는 중요한 산성이다. 고성터가 남은 ‘궁산’은 1992년 서울시사적 제372호로 지정됐고, 2002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지표 조사를 통해 성의 모습을 확인했다.

특히 ‘칼산(갈산) 대삼각본점’은 ‘용마산 대삼각본점’과 같이 서울에 두 곳밖에 남아 있지 않은 서울시 수도지적의 기준이 되는 곳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토지조사사업을 위해 설치된 대삼각본점이자, 국가 중요시설물로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우리가 아는 ‘쇠말뚝 사건’의 원인이 됐던 측량기준점이기도 하다. 일제가 전 국토에 약 600개의 삼각점을 지정하고 측량 기준점에 설치했던 쇠말뚝이 민족정기와 혼을 말살한다고 해 많은 국민들이 반감을 가지게 됐고, 전국의 쇠말뚝을 제거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강영진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원
강영진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원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가 아직도 일본 도쿄 원점을 측량원점으로 사용하는 유일한 국가라는 점이다. 1908년 대한제국기에 계획됐을 때는 한반도 중앙에 대삼각본점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경비와 시일 문제로 하지 못하고 일본 본토에 연결했다고 한다. 2000여년 전부터 서울을 방어하는 역사를 품은 궁산의 양천고성지를 보면서 지역 향토유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강영진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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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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