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덕의 대서울 이야기] 서울역사박물관인가, 한양역사박물관인가

[김시덕의 대서울 이야기] 서울역사박물관인가, 한양역사박물관인가

입력 2019-08-13 17:20
수정 2019-08-14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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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교수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교수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지난 7월 19일부터 ‘북촌, 열한 집의 오래된 기억’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의 산하기관인 동대문역사관에서는 6월 11일부터 ‘도성의 물길’ 전시가 열리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도성’은, 흔히 ‘사대문 안’이라고도 불리는 ‘한양 도성’을 가리킨다. 이상과 같이 8월 14일 현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세 개의 전시 가운데 두 개가 조선시대의 수도였던 한양에 대한 것이다.

이번에 북촌에 대한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필자는 ‘또 사대문 안인가’라고 생각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이라면 서울시 전체를 아우르는 박물관이어야 하지만, 이제까지 이 기관은 사대문 안과 넓은 의미의 한양을 가리키는 도성 바깥 10리 ‘성저십리’(城底十里) 지역에 대한 전시를 주로 해왔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한양은 한강 북쪽 ‘강북’에 자리했고, 사람이 거의 살지 않던 한강 남쪽 여의도만 간신히 성저십리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반해 근대 시기인 1936년에는 영등포 일대가 경성에 편입되면서 서울이 오늘날과 같이 한강을 끼고 남북으로 펼쳐진 형태를 이루게 되었고, 현대 시기인 1963년에는 오늘날의 강남 3구를 비롯한 그 바깥 지역이 모두 서울에 편입되었다. 조선시대 한양의 인구는 20여 만명으로 추정되는 반면 현재 서울시의 인구는 1000만명에 달한다.

이렇듯 서울은 조선시대 한양과는 매우 다른 도시이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지명을 붙인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진행해온 전시와 출판은 달라진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기 어렵다. 우선, 서울역사박물관와 그 산하기관인 경희궁?경교장?백인제가옥?한양도성박물관?동대문역사관?청계천박물관?돈의문전시관?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모두 사대문 안팎에 자리하고 있다. 근현대 서울의 삼대 도심권인 강북 도심?영등포?강남 가운데 강북 도심에만 ‘서울’역사박물관이 몰려 있는 것이다.

이런 지리적 조건 때문인지, 아니면 현대 서울의 근원은 오로지 조선시대 한양에만 있다는 ‘조선주의’ 때문인지, 전시와 도서 발간도 한양 도성 안팎이 주된 대상이 되고 있다. 2015~2019년에 서울역사박물관이 개최한 전시 가운데 한양도성?성저십리 안쪽을 대상으로 한 것은 34개, 성저십리 바깥을 대상으로 한 것은 한강?잠실?북서울?가리봉오거리의 4개다. 발간 도서 역시 34권 대 11권으로 그 차이가 뚜렷하다. 지난 5년간의 서울역사박물관 전시?발간도서 목록은 필자의 홈페이지(hermod.egloos.com)에 정리해 두었으니, 이 수치가 의심스러우신 분은 직접 확인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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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필자는 의문을 품는다. 지금의 서울역사박물관은 한양역사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꾸는 게 맞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서울은 조선시대 한양과는 질적으로 다른 도시다. 오늘날 서울 시민의 대부분은 조선시대 한양 도성 바깥에 살고 있다. 서울시의 공식 박물관은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여 연구?전시 범위를 적극적으로 넓혀야 할 것이다.
2019-08-14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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