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선도하는 중국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선도하는 중국

입력 2019-07-14 17:32
수정 2019-07-15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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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필원 한남대 건축학과 교수
한필원 한남대 건축학과 교수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 참석했다. 회의란 무릇 따분한 것이지만 알고 지내던 사람 혹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것이 좀 누그러진다. 하루는 어떤 중국분이 나를 칭화대학(淸華大學) 뤼(呂) 교수에게 데리고 갔다. 오래전 칭화대학 교정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지만 서로 상대방이 가물가물한 듯했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뤼 교수가 “어? 초청장 안 가져왔네. 내일 드릴게요”라고 한다. 그 말에 바쿠에 가기 직전 받은 ‘베이징 중심축’ 국제학술회의에 초대하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생각났다. “역사적인 베이징 중심축을 근대 도시계획과 관련해 논의하려 합니다.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많이 오니 한 교수도 꼭 참석해 주세요”라고 뤼 교수가 이어서 말했다.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서원’을 포함해 29건이 등재돼 이제 세계유산은 모두 1121건이다. 전 인류가 인정할 만한 전형적인 유산을 대상으로 그 가치와 보전 상태 등을 설명한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문화유산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자연유산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평가해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으로 세계유산 목록에 올린다. 그런데 등재 유산이 1000건을 넘어가면서 웬만한 오래된 유산들은 대부분 등재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나타난 경향이 근대 유산의 등재다. 2016년에 르코르뷔지에, 올해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근대건축 작품들이 세계유산이 됐다.

베이징 중심축은 2013년에 세계유산 잠정목록, 곧 등재 예비후보가 됐다. 남쪽의 영정문(永定門)에서 자금성을 거쳐 북쪽의 종루에 이르는 7.8㎞의 이 중심축은 원나라 때인 13세기 중반에 만들어지기 시작해 20세기 초 청나라 때까지 발전한 중국 도시계획의 상징이다. 시간적으로 전근대와 근대를 잇는 이 유산은 새로운 세계유산 등재의 경향에 부합한다.

이렇게 세계유산의 새로운 경향을 파악하고 있는 중국은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의 분위기도 주도했다. 지난 5일 중국은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각각 한 건씩을 추가해 총 55건으로 이탈리아와 함께 세계유산 최다 보유국이 됐다. 바로 그 다음날 열린 ‘아프리카 세계유산’ 관련 부대행사에서 뤼 교수는 “세계유산 최다 보유국으로서 우리가 가진 경험을 아프리카에 전수해 아프리카의 유산을 세계유산에 많이 등재하도록 돕겠다”고 인사말을 했다. 유창한 영어로 자신감이 가득했다.

세계유산의 등재와 보호·관리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그래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자국의 유산을 세계유산에 올리지 못하는 나라들이 많은데 오늘날 그들을 가장 활발하게 돕는 나라가 중국이다. 이번 회의 내내 중국 대표단은 그러한 지원과 지지를 유감없이 표명했다. 회의 후반에는 발언 때마다 “이렇게 자꾸 발언해 미안하다”고 웃으면서 얘기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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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전 칭화대학에서 연구학자로 있을 때 약간의 연구지원금이 있음을 귀국 직전에야 알게 됐다. 당시 중국의 대학행정이 체계가 잡히지 않았고 경제적 여건이 어떤지도 잘 알고 있었기에 섭섭함보다는 늦게나마 그 돈이라도 사용할 수 있음을 감사하며 자료를 복사하는 데 다 썼다. 지난 4월 중국 측 초청으로 상하이에 갔다가 회의장에서 뜻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초청됐음을 발견한 순간 문득 이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올해 세계유산위원회는 내년 회의를 중국의 푸저우에서 열기로 하고 막을 내렸다. 이 국제회의는 비용이 많이 들어 선뜻 유치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제 중국은 국제 활동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 듯하다. 한 외국인 젊은 학자를 위한 약간의 지원조차 망설이는 그런 중국은 없다.
2019-07-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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