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사회면] 꼬방동네 서민의 팍팍했던 삶

[그때의 사회면] 꼬방동네 서민의 팍팍했던 삶

손성진 기자
입력 2019-06-16 17:26
수정 2019-06-17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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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의 막막한 상황을 보도한 기사(경향신문 1978년 4월 20일자).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의 막막한 상황을 보도한 기사(경향신문 1978년 4월 20일자).
1980년대까지 전국에서 사람들은 서울로 모여들었고, 서울 인구는 급증했다. 밑바닥 서민층 또는 빈곤층으로 편입된 이들은 주로 일용직에 종사하며 판잣집에서 힘겹고 팍팍한 삶을 이어 갔다. 남자가 당장 할 수 있는, 그래도 손쉬운 일은 막노동이었다. 공사판 노동시장은 창신동, 신촌로터리, 영등포, 삼양동 등지에 형성돼 있었다. 막노동 말고는 엿장수, 손수레 행상, 노점상, 지게꾼, 구두닦이, 신문팔이, 껌팔이, 보따리 행상, 웨이터, 외판원, 때밀이 등의 직업을 선택했다(동아일보 1983년 1월 24일자). 당시 서울에 노점상만 6만~7만개가 있었다고 한다.

젊은 여성들의 일자리는 더 한정돼 여공, 가정부, 안내양, 미싱사, 다방 레지 등에 종사했다. 윤락이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길로 빠진 것도 생계유지의 이유가 컸을 것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윤락촌이 종삼, 청량리, 용산, 도동과 양동, 미아리, 회현동 등지에 산재해 있었다. 1981년 서울시가 단속한 앵벌이, 부랑자, 걸인, 행려병자의 수도 5000명이 넘었다.

판잣집이 산을 뒤덮었고, 반면에 고급주택들도 이웃해 사는 극단적인 양극화의 모습을 불과 수십 년 전까지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재개발된 사당동은 ‘가마니촌’이라 불렸는데 언덕배기에 6평짜리 블록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봉천동에는 3대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서 살고 있었고, 구로동 ‘뚝방’에는 공단 종업원들에게 임대하는 방 60개짜리 집이 있었다. 이를 ‘벌통집’이라 불렀다. 한 방에 4명이 산다면 240명이 한 집에 산 셈이다(동아일보 1983년 1월 24일자). 이 밖에도 ‘문바위골’, ‘밤나무골’, ‘희망촌’, ‘거북바위’, ‘밤골’, ‘양지마을’, ‘빨랫골’, ‘쑥고개’ 등으로 불리던 영세민 주거 지역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다 사라졌다. 줄잡아 60여곳의 달동네가 있었다.

달동네를 ‘꼬방동네’라고도 했는데 판잣집의 일본어인 ‘하꼬방’에서 나온 말이다. 배창호 감독의 영화 ‘꼬방동네 사람들’이 개봉된 것은 1982년 7월이다. 1984년 12월 서울시는 꼬방동네 47곳을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올림픽 개최에 대비한 것이었다. 상계동도 그런 곳 중의 하나였다. 서부이촌동, 불광동 등지의 무허가 주택 철거로 이곳으로 쫓겨 온 영세민 세입자들은 재개발로 또 한번 집을 잃었다. 국제대회를 앞둔 재개발 밀어붙이기로 철거민들의 저항은 거셌다. 그때도 영세민촌 주택의 80%가 무허가 건물이었고, 52%는 단칸방에 거주하고 있었다(동아일보 1989년 11월 21일자). 꼬방동네에는 번듯한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작은 보금자리를 잃은 서민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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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2019-06-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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