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졸업생 6200명은 왜 집단퇴장 했을까 [그때의 사회면]

서울대 졸업생 6200명은 왜 집단퇴장 했을까 [그때의 사회면]

손성진 기자
입력 2019-02-10 17:12
수정 2019-02-11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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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서울대 졸업식에서 학생들이 뒤로 돌아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다(경향신문 1987년 2월 27일자).
1987년 서울대 졸업식에서 학생들이 뒤로 돌아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다(경향신문 1987년 2월 27일자).
고교 졸업식장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막기 위해 경찰이 나선 것은 2011년 무렵이다. 졸업식에 밀가루 세례로도 모자라 알몸 뒤풀이까지 등장하자 공권력이 동원된 것이다. 졸업식날의 일탈은 수십 년 전부터 있었다. 1973년 서울시교육청은 화환과 꽃다발 증정, (오색) 테이프 감기, 밀가루 뿌리기, 모자·교복 찢기를 없애라고 일선 학교에 강력히 지시했다(경향신문 1973년 1월 5일자). 이해만 한 것은 아니고 해마다 그랬다.

어떤 연유로 졸업식날 밀가루를 교복에 뿌리는지, 언제부터 그랬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없다. 일본식 검은색 교복(가쿠란)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일제강점기에 시작됐다며 반일 감정과 연결하는 것도 그럴듯하지만 막연한 추측일 뿐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힘든 학교 생활을 마친다는 해방감에서 누군가가 밀가루를 뿌린 것이 급속도로 확산됐다고 본다.

근래 대학졸업식은 취업난 때문에 불참하는 학생들이 늘어 썰렁한 분위기다. 심지어 졸업식에 가족조차 부르지 않고 ‘혼졸’(혼자 졸업)하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요즘 세태와는 다르게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대학졸업식의 파행은 군부독재와 연관 있다. 1987년 서울대 졸업식에서 박봉식 총장의 식사(式辭)가 시작되자 졸업생들은 ‘우’ 하는 야유와 함께 뒤로 돌아서서 ‘아침이슬’ 등의 노래를 불렀다. 이어 손제석 문교부 장관이 치사를 낭독하자 ‘타는 목마름으로’를 합창하며 6600여명 중 6200여명이 퇴장해 버렸다(경향신문 1987년 2월 27일자). 군부정권에 협력한 장관과 총장에 대한 저항의 표시였다. 고 박 총장은 제5공화국 출범의 산실이 된 국가보위입법회의 의원을 지낸 전력이 있다.

서울대 졸업생들의 집단 퇴장은 1986년에도 있었으며 박종철군 치사 사건으로 1988년에도 졸업식장이 어수선했다. 서울대는 소란이 계속되자 1989년부터는 대통령상과 외부 인사 초청을 없애고 순수 학내 행사로 치렀다. 서울대 졸업식에는 1974년까지는 대통령이, 1981년까지는 국무총리가 참석했었다. 1985년 고려대 졸업식 시위는 뜻이 달랐다. 정부의 학생 제적 요구를 거부한 김준엽 총장의 반강제 퇴임에 대한 항의였다.

그 뒤에도 서울대 졸업식의 파행은 계속돼 학생들은 따로 ‘민주졸업식’을 열기도 했다. 1994년에는 김영삼 대통령이 모교이기도 한 서울대 졸업식에 20년 만에 참석해 큰 불상사 없이 식을 치렀다. 1999년에는 김종필 총리가 학생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찰의 경호 속에 서울대 졸업식에 참석했다. 일부 학생들은 피켓 시위를 벌였고 관용 차량이 훼손되기도 했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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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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