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정의 시시콜콜] 이래도 안 죽을래, 자사고?

[황수정의 시시콜콜] 이래도 안 죽을래, 자사고?

입력 2019-01-05 10:00
수정 2019-01-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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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하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논란이 또 시끌시끌하다. 교육청들이 자사고 재지정 기준을 한꺼번에 너무 높이 올린 탓이다. 자사고는 5년마다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자사고 간판을 떼야 하는데, 올해는 기준점을 5년 전보다 무려 10~20점이나 높여 놓은 모양이다. 자사고들로서는 “살아남는 게 기적”이라는 장탄식을 터뜨린다.

자사고 지정 권한이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 자율로 넘겨진 것은 2010년. 그러다 2014년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자사고의 입지는 하루아침에 쪼그라 들었다. 진보교육감들의 논리는 선명하다. 자사·특목고가 우수 학생들을 선점하는 바람에 일반고가 무너졌으니 자사고를 없애면 일반고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진보 교육의 선봉장을 자처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0년 자사고 재평가에서 6개 학교를 무더기로 지정 취소했다. 당시 박근혜 정권의 교육부는 자사고 지정 취소를 직권 취소하면서까지 제동을 걸었고, 이에 불복한 조 교육감은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대법원은 “교육제도 변경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라”며 교육부의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그랬던 것이 현 정부 들어 교육부는 다시 태도를 바꿨다. 알려졌듯 자사·특목고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자사고를 일반고와 같은 날 신입생을 모집하게 하는 ‘자사고 고사 작전’을 폈다. 물론 이 조치 역시 현장 반발이 극심했고, 헌법재판소에서도 제동이 걸렸다.

이런 소란을 몇년째 반복하는 사이 자사고 문제를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자사고를 죽이지 못해 왜 저렇게 안달이냐”는 자사고 주변의 성토가 우선 하나다. 다른 하나는 “교육부가 강단있게 칼을 못 댈 거면 꼼수를 부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반고와의 동시모집을 밀어붙였던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은 당시 “자사고에 탈락한 중 3 학생은 재수를 감수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 있다. 날벼락처럼 정책을 바꿔 놓고 피해는 어린 학생들이 떠안으라는 무책임한 발언은 학부모들의 공분을 샀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쥐도 새도 모르게 어물쩍 재지정 기준을 높인 정책의 자세는 아무리 접어줘도 비겁하다. 여론 반발이 두려워 대놓고 칼을 대지는 못하고 ‘자사고 팔 비틀기’로 일관하는 꼼수 정책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인터넷 공간의 댓글 하나를 퍼왔다. “자사·특목고 폐지 공약을 밀어붙이려거든 교육부가 정정당당히 단칼에 베라” 교육부의 속내를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다.

당장 올해 재지정 심사를 받는 자사고는 전국의 42곳 중 24곳이다. 일정상 6, 7월이면 상당수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중 3학부모들로서는 분통이 절로 터질 이야기다. 학교 선택을 놓고 막판에 또 얼마나 큰 혼란을 겪어야 할지 답답하다.

다 떠나서 교육부가 하나만은 기억해 줬으면 한다. 이 정책의 대상은 겨우 열여섯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라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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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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