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생생리포트] 美 항공기 좌석 계속 좁히는 까닭

[특파원 생생리포트] 美 항공기 좌석 계속 좁히는 까닭

한준규 기자
입력 2018-11-18 23:02
수정 2018-11-19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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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화장실 좀 가야 해서”라는 창문 쪽에 앉은 청년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옆에 앉은 두 명의 승객이 모두 일어나서 통로 쪽으로 비켜 선다. “고맙습니다.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를 연발한 청년은 머쓱해하면서 화장실로 향했다.

이는 한국 비행기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며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던 일이기도 하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가 보편화하면서 창문 쪽 좌석에 앉은 사람이 화장실을 이용하기가 매우 번거로운 일이 됐다.

미국은 더하다. 미국인들은 보편적으로 우리보다 키나 체중이 더 나가기 때문에 좁은 비행기 좌석이 더욱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 의회가 비행기 좌석 간격이나 의자 폭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법안을 지난 10월 통과시켰다. 하지만 미 연방항공국(FAA)이나 항공사들은 아직도 대책 마련은 ‘뒷전’ 상태라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7일(현지시간) 비판했다.

미 시민단체 ‘탑승자의 권리’에 따르면 비행기 이코노미 좌석의 평균 너비, 즉 의자의 폭은 2000년 18.5인치, 약 47㎝였던 것이 2005년 17인치(약 43㎝)로 줄었다. 2018년 상반기 기준으로 좌석의 평균 너비는 16.5인치로 약 42㎝까지 더 줄었다. 비행기 좌석 폭이 좁으니 덩치가 큰 사람끼리 앉으면 서로 어깨가 닿는 등 불편할 수밖에 없다. 또 비행기 좌석 간 평균 거리, 즉 의자와 의자 사이 거리가 1970년대 평균 35인치, 약 89㎝였던 것도 올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31인치, 약 78.7㎝에 불과하다. 일부 항공사는 28인치, 약 71㎝까지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항공사들이 비행기 좌석을 작고 좁게 배치하는 이유는 더 많은 승객을 태우고 비즈니스석 등 ‘돈 되는’ 좌석을 늘리기 위한 꼼수다.

미 의회는 FAA 규정에 ‘비행기 내 긴급상황 발생 시 90초 이내에 대피해야 한다’는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좌석 간격을 좁게 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를 위해 FAA가 항공기 좌석 너비와 간격 거리의 최소 기준을 만들도록 했다.

하지만 항공업계는 지금 상황에서도 충분히 90초 안에 대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FAA도 최근 항공기 탑승객이 무사히 대피했던 7건의 항공기 사고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좌석 간 간격이 항공기 안전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등 후속 규정 작업을 방치하고 있다. 이에 대해 WP는 “2016년 10월 28일 아메리칸항공 화재 사고 때 모든 승객이 대피하는 데 2분 21초가 걸렸다”고 지적하면서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앞으로 이 같은 행운이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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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8-11-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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