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진의 도시탐구] 그린벨트는 봉인가?

[최만진의 도시탐구] 그린벨트는 봉인가?

입력 2018-10-16 17:26
수정 2018-10-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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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정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자는 국토교통부와 이를 반대하는 서울시의 첨예한 대립이 최근 화두가 됐다. 오늘날의 그린벨트 개념을 최초로 말한 사람은 영국의 에버니저 하워드다. 그는 1898년 ‘내일의 전원도시’라는 책을 통해 획기적인 안을 내놓았다. 이는 한마디로 말해 농촌과 도시를 혼합한다는 것이었다. 즉 농촌의 전원 환경과 도시가 갖고 있는 강점인 경제, 지위, 문화적 혜택 등을 동시에 가지는 일석이조의 도시를 만들고자 했다. 이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에 공업화로 발생한 과밀화, 위생환경 불량, 빈부격차 등의 다양한 도시 및 사회문제를 위한 해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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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 건축학과 교수
최만진 경상대 건축학과 교수
하워드는 이를 위해 중앙에는 도심을 두어 공공청사, 공공건물, 문화시설, 도시 공원 등의 핵심시설을 배치했다. 그리고는 주변의 농촌에 자족기능을 가진 독립된 전원도시 6개를 설치했다. 이 전원도시는 목가적 분위기의 주택지는 물론이고 경제적 독립을 위한 산업 및 공장 시설과 농업지대도 확보하도록 했다. 이러한 형태의 도시 구조가 가능했던 것은 교통수단의 발달 때문인데, 자동차 도로, 철도 그리고 수로가 중앙도시와 전원도시 사이를 연결해 주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요소가 녹지인 그린벨트 개념이다. 우선 도심에서의 정주환경의 질을 높이기 위해 휴식 및 여가 기능의 중앙 녹지공원을 설치했다. 다음으로는 도심지의 지나친 확산 방지를 위해 도심과 전원도시 사이에 100m 이상의 넓은 녹지 띠를 둘러놓았는데 이것이 그린벨트다. 또 다른 그린벨트는 전원도시 주변에 계획해 지나친 팽창을 막아 일정 규모를 유지하도록 했다. 이처럼 그린벨트는 산업혁명 이후의 망가진 도시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핵심 장치인 셈이다.

우리도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방지, 주변의 자연녹지보전, 건강한 생활환경 확보 등을 위해 지금까지도 상당 부분 그린벨트를 유지해 왔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은 우리 사회에서의 주택 가격 안정이 얼마나 큰 이슈인가를 가늠케 해 주는 대목이다.

하워드 이론에서 또 하나의 쟁점은 도시구조가 승용차 중심이라는 것이다. 자동차 교통의 증대는 교통체증과 소음 및 배기가스 배출 등의 새로운 도시 문제를 야기시켰다. 또한 자동차가 도시 공간을 차지해버린 비인간적인 현대의 도시공간은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살펴보면 그린벨트 해제 여부는 주택 공급만이 아닌 도시 전체 문제 차원에서 좀더 균형감 있고 거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타당한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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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문제의 핵심은 그린벨트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구 절반을 수도권에 과밀하게 몰아넣은 사회적, 정치적 환경에 있기에 이를 반성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권이 5년마다 바뀌는 어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도시문제에 대한 대안모형을 장기적이고 종합적으로 고민하는 태도와 정책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자칫 잘못하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2018-10-17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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