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사회면] “냉방 극장에서 명작을!”

[그때의 사회면] “냉방 극장에서 명작을!”

손성진 기자
입력 2018-08-12 17:26
수정 2018-08-1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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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 없던 시절에는 더위를 어떻게 견뎠을까. 기사에 따르면 1958년 서울에서 에어컨 시설이 된 곳은 몇 개의 극장, 국회의사당, 반도호텔(롯데호텔 자리에 있던 호텔), 미국 대사관 정도였다고 한다. 그때는 선풍기조차도 귀했다. 서울 서소문에 있는 서울지검 별관에는 20개의 검사실이 있었는데 선풍기가 한 대도 없었다고 한다. 검사들도 러닝셔츠 바람으로 한증막 같은 곳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해야 했다(경향신문 1957년 8월 18일자). 밀폐된 극장 안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일은 여간한 고역이 아니었을 것이다. 에어컨을 설치한 최초의 개봉관은 서울 명동 중앙극장으로 1956년인 것 같다. “약진 중앙의 개가! 국내 유일의 냉동기 시설에 의한 완전냉방 성공!” 중앙극장의 두 해 뒤 광고다(경향신문 1958년 7월 11일자). 1958년 국제극장도 “근대 시설을 완비한 냉방 극장에서 이 명작을!”이란 광고를 냈다. 그해 4월 개관한 대한극장도 냉방장치를 갖추는 등 대부분의 개봉관은 에어컨을 설치했다. 여름에는 ‘냉방 완비’라는 광고가 관객들을 끌어모으는 데 가장 좋은 수단이었다.
‘완전 냉방’을 강조한 서울 시민회관 쇼 광고(경향신문 1962년 6월 23일자).
‘완전 냉방’을 강조한 서울 시민회관 쇼 광고(경향신문 1962년 6월 23일자).
국회의사당(현재의 서울시의회) 의원 휴게실에 냉방장치를 설치한 것은 1956년 7월 16일이었는데 단 9일 후인 7월 25일 밤 큰 사고가 났다. 암모니아 탱크를 쓰는 냉방장치는 24시간 압력을 감시해야 했는데 관리인들이 조는 사이에 탱크가 폭발해 두께 50㎝의 벽이 부서지고 관리인 두 사람이 성공회 마당까지 날아가 중상을 입었다(동아일보 1956년 7월 27일자).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는 에어컨이 없어 대형 선풍기와 빙산(얼음 덩어리)으로 더위를 견뎌야 했다. 여의도로 옮긴 새 국회의사당에는 냉방장치가 있었지만, 에어컨 가동 비용이 1976년 당시 돈으로 하루 40만원(현재 가치로 수천만원 이상)이 들어 꺼두는 바람에 의원들이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경향신문 1976년 7월 20일자). 1960년대 이후 완공된 신축 건물에는 냉방 장치가 처음부터 설치됐다. 1961년 준공된 명동 성모병원(현 가톨릭회관)과 구 정부청사, 1963년 완공된 장충체육관 등이다. 가정용 에어컨도 보급돼 1960년 무렵부터 백화점이나 전기상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격이 너무 비싸 ‘그림의 떡’이었다. 1960년 당시 에어컨 값은 큰 게 65만환(현재 가치로 1000만원 내외) 정도였다. 1963년 냉방 장치를 갖춘 일제 노면 전차가 도입된 적이 있다. 그러나 서울 지하철역사와 전동차 안에 에어컨이 설치돼 찜통 전철의 오명을 면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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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2018-08-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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