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국민불신’ 자초한 檢… 지휘라인 47명 중 74%는 장·차관급 퇴직

[커버스토리] ‘국민불신’ 자초한 檢… 지휘라인 47명 중 74%는 장·차관급 퇴직

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입력 2018-05-04 20:42
수정 2018-05-0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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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눈감고 정권 눈치 본 고위급 승승장구

김근태 고문 사건(1985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1991년),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사건(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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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과거사위원회 본조사 대상에 오른 11건은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당대 권력자들을 불편하게 했을 사건이 대부분이다. 물음표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마침표가 찍혔던 것이다. 그 결과 십수 년이 지난 현재 검찰 후배들은 ‘국민 불신’이라는 부채를 떠안게 됐다. 서둘러 마침표를 찍었던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4일 서울신문이 법무부 과거사위가 선정한 11건의 수사 지휘라인(부장급 이상)의 인사를 분석한 결과 전체 47명 중 74.46%(35명)가 검사장(차관급) 이상으로 공직 생활을 마쳤다.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 검사 2158명 가운데 차관급 이상은 43명으로 1.99%다. 지휘라인의 검사들이 소위 ‘잘나가는 검사’였고, 이미 고위직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높은 비율로 최고위직에 오른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검찰총장, 법제처장, 대법관 등 장관급까지 승진한 이는 9명(19.14%)이었다. 또 ‘검찰의 별’이라 불리는 검사장급으로 퇴직한 이도 26명(55.31%)이었다. 이 밖에 1급 7명(14.89%), 2급 3명(6.38%) 등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 기수에서 검사장까지 가는 이는 100명 중 4~5명 정도”라면서 “장·차관급까지 올라간 비율이 예상보다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어떤 직급으로 퇴직하냐에 따라 이후의 삶이 달라진다”면서 “정치권으로 가지 않더라도 검사장급으로 퇴직하면 1년에 수백억원대의 수임료를 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사건(1986년)을 담당한 박희태 당시 부산지검장은 이후 고검장을 거쳐 민정당 국회의원, 법무부 장관, 국회의장을 지냈다. 또 당시 송종의 부산지검 차장검사도 법제처장까지 올라갔다. 반면 당시 수사 검사로 이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던 김용원 변호사는 6년 뒤 검사 옷을 벗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윗선의 방해가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PD수첩 사건(2008년),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2012년)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았다.

아직 현직인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초기 지휘부였던 이금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현재 법무부 차관이다.

법조계에선 과거에 비해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경우는 줄었지만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기업이나 정치 사건을 맡게 되는 특수·공안 부장들에게는 여론은 물론 정권의 의중을 살피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면서 “정치권이 검찰을 독립시키지 않고 도구로 쓰는 것이 이런 불행한 사태를 만드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사건을 다시 들춰 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은 수사 검사들 문제라기보다 시스템 문제가 더 크다”면서 “개인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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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2018-05-0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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