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사회면] “물을 달라”… 가뭄 식수난

[그때의 사회면] “물을 달라”… 가뭄 식수난

손성진 기자
입력 2018-04-22 17:24
수정 2018-04-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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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서울의 상수도 보급률은 50~60%였다. 10가구 중 네댓 가구는 우물물이나 공동수도에 의존했다는 말이다. 가뭄이 심할 때면 우물도 말라붙고 수돗물도 제한적으로 공급해 시민들은 고통을 겪었다. 특히 마실 물조차 구하기 어려운 고지대 주민들의 고통은 극심했다. 1965년 봄 서울에 6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닥쳤다. 기우제도 지냈지만 소용없어 동네 우물은 바닥을 드러냈고 공동수도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 독립문 근처에 살던 주민들은 물을 구하러 15리(약 6㎞)나 떨어진 봉원사나 세검정까지 다녔다(경향신문, 1965년 6월 2일자). 자기 땅인지는 모르지만 봉이 김선달처럼 약수를 돈을 받고 팔았다. 홍제동 논골약수터에서는 한 여인이 물 한지게를 2원씩에 팔아 한 달에 400~500원을 번다고 기사는 전하고 있다. 쌀 한 가마 값이 3500원일 때이니 수입이 적지 않았다. 보광동 공동수도는 시간을 정해서 제한급수를 했는데 물을 확보하려고 24시간 주민들이 장사진을 쳤다. 시에서는 급수차를 운영했는데 몇 대에 불과해 급수차 운전기사는 주민들이 모아준 돈을 받는 비리에 엮일 만큼 갑의 위치에 있었다. 도심지도 예외는 아니어서 고급주택은 수세식 화장실에 물이 나오지 않아 악취가 진동했고 목욕탕은 휴업할 수밖에 없었으며 음식점도 물이 없어 문을 닫았다. 서울시는 군의 도움을 받아 공동우물을 새로 팠지만 물 부족을 해결하지 못했다.

1970년에도 가뭄이 극심했다. 물을 구하려는 경쟁은 범죄를 불렀다. 서울 성북구의 어느 동에서 물을 얻으러 간 아낙네와 물을 못 주겠다는 집주인 사이에 싸움이 붙어 살인사건으로 번졌다(경향신문, 1970년 6월 1일자). 서울 용두동에서는 수도관에 구멍을 뚫어 수돗물을 중간에서 빼낸 사람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에서는 급수차 물을 받으려고 서 있다 새치기 시비가 붙어 폭행사건으로 이어진 일도 있었다(동아일보, 1970년 5월 23일자). 시위와 농성도 잦았다. 서울 봉천동 주민들은 상도동 배수펌프장으로 몰려가 물을 달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1966년 8월 서울 염리동 주민 200여명은 서울시청 2층으로 몰려들어가 “물을 달라”며 집단농성을 벌였다. 1967년 7월 서울 구로동 주민들이 선거 전에 그나마 나오던 물이 선거가 끝난 뒤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다며 서울시청 안에서 농성하는 바람에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서울 응암동 시영아파트 주민들도 넉 달째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시청에서 물을 달라며 농성했다. 수도 사정은 점차 나아졌지만 마실 물이 부족한 상황은 1990년대 초까지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사진은 1968년 5월 서울의 어느 동네에서 급수차의 물을 받으려고 물지게를 지고 줄지어 선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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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

2018-04-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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