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정치비평] 성숙한 지방선거가 지방분권 강화의 시작

[김형준의 정치비평] 성숙한 지방선거가 지방분권 강화의 시작

입력 2018-04-04 17:54
수정 2018-04-05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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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6·13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대진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각 당의 선거 전략도 분명해지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지방선거 압승으로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목표이고,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문재인 정부 1년의 독주와 무능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의 판에 박힌 목소리와는 별개로 지방선거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 무엇을 위한 지방선거인가? 지방선거는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일을 주민 스스로 처리한다는 지방자치의 시작이다. 따라서 지방선거가 잘못되면 그만큼 지방자치는 어려워진다. 조직학 이론에 따르면 어떤 조직이든 효율성을 가지려면 조직 구성원 선발에서 ‘잘못된 선택’이 없어야 하고 선발 후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능력 있고 책임감이 강한 최고의 지방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아 지방자치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지방선거가 중앙 정치에 너무 예속돼서는 안 된다. 여당은 적폐 청산의 일환으로 야당 심판론을, 야당은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주장한다. 물론 선거는 심판의 기능이 강하다. 그러나 여야가 주장하는 심판론은 정치적·현실적으로는 맞는 문법이지만 정답은 아니다. 지방선거에서 심판의 본질은 지난 4년 동안 지방을 이끌었던 현역 단체장이나 지방 의원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잘했으면 지지해 주고, 잘못했으면 응징해야 한다. 그래야만 책임 있는 지방자치가 가능해진다.

민주당은 경남 도지사 선거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경수 의원을 내세우기로 한 반면, 한국당은 김태호 전 의원을 전략 공천하기로 했다. 문재인ㆍ홍준표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이런 대결의 중앙 정치가 선거판을 지배하면 지방 없는 지방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둘째, 정책 선거로 거듭나야 한다. 통상 선거에 영향을 주는 핵심 3대 변수로 구도, 인물(후보자 이미지), 이슈를 지적한다. 특히 무상급식으로 대변되는 복지정책 이슈가 최근 지방선거에서 정당 간의 지속적이면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개헌, 남북 정상회담 등과 같은 거대 담론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다. 정치권이 이런 이슈들을 둘러싸고 극단적으로 대립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 미세먼지 감축, 쓰레기 분리수거, 노인 건강 등과 같은 생활 밀착형 지역 이슈는 설 땅이 없어진다. 역대 지방선거에서도 천안함 폭침 사건(2010년), 세월호 참사(2014년) 이슈가 블랙홀이 되어 지역을 불문하고 모든 정책과 공약을 빨아들였다. 투표율을 제고시키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은 68.4%로 역대 최고였지만 1998년(52.7%)과 2002년(48.9%)에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런데 2006년(51.6%)부터 다시 상승해 2010년에는 54.4%, 2014년에는 56.8%였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자신의 소신보다는 진영의 논리에 따라 투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투표 행태는 유권자의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12대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 출범 … “우리 곁의 ‘을(乙)’ 지키는 현장 중심 민생 의정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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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정치 공학적인 선거 연대는 피해야 한다. 역대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는 선거의 판세를 뒤흔드는 변수였다.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ㆍ김종필의 DJP 연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ㆍ정몽준 단일화, 2014년 안철수 후보 사퇴 등이 입증해 준다. 이런 기형과 변칙은 더는 통용돼서는 안 된다. 승리 지상주의에 빠진 원칙 없는 후보 단일화는 정당의 존립 자체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자도 “자유한국당은 경쟁하고 싸우고 이겨야 할 대상이다”라고 밝힌 만큼 이런 약속을 지켜야 한다. 단언컨대 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정치권이 민감한 거대 담론 이슈들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유혹에 빠지면서 정치 공학적인 선거 연대에 매몰되면 ‘이선망’(이번 선거도 망쳤다)으로 흐를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단지 다음 단체장과 의원들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새로운 지방분권 강화의 첫 단추를 끼우는 중대 선거다. 아무리 헌법을 개정해 지방분권을 강화해도 지방선거가 성숙하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다.

2018-04-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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